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 줘도 괜찮을까? 안경을 쓰거나 책을 많이 읽으면 눈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아이 눈 건강에 대한 궁금증을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글 노유진, 신세아
우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여 주면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친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전자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근시를 앓는 영유아가 늘어나고 있다.
근시는 가까운 곳의 물체는 잘 보이지만 먼 곳의 물체는 흐리게 보이는 질환이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근시가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칠판 글씨가 안 보인다고 불편함을 호소하면 부모는 근시라고 추측하고 바로 안경을 맞추러 가는데, 이때 정밀검진 없이 바로 안경을 착용하면 실제보다 높은 도수 안경을 쓰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은 간혹 과도한 눈 조절력으로 인해 가성근시(일명 가짜 근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반드시 안과 전문의 처방에 따라 안경을 써야 한다. 안경 도수를 올리면 아이들 시력이 더 나빠진다고 오해해 낮은 도수의 안
경을 계속 사용하는 엄마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아이가 눈을 찡그려서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을 만들어 미운 표정을 남기게 되며 심한 경우 약시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2013년 인구 100만 명당 약시 환자가 가장 크게 증가한 연령층은 4세 이하로 매년 14.3%씩 늘어난 셈이다. 5~9세는 매년 5.7%씩 늘어 전체 평균인 1.3%를 웃돌았다. 국내 약시 환자는 2009년 2만220명에서 2013년 2만1771명으로 증가했다. 2013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9세로 5089명이 진료를 받았다. 10대가 885명, 4세 이하가 821명으로 뒤를 이었다.
약시는 각막과 수정체, 망막, 시신경 등은 정상이지만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하더라도 시력이 0.8 이상으로 좋아지지 않고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시력은 환경적인 영향도 크지만 유전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근시를 비롯해 난시, 원시와 같은 굴절 이상, 백내장 등 안질환을 갖고 있다면 아이의 시력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이 시력과 눈 건강에 대해 엄마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안과 전문의에게 들어봤다.
Q. 아이들이 자주 걸리는 여름철 눈병과 예방 방법은
가장 대표적인 여름철 눈병은 유행성 출혈성 각결막염, 일명 ‘아폴로눈병’ 입니다. 아데노 바이러스 등의 바이러스가 눈의 점막 부분인 결막에 침투하여 충혈과 출혈을 일으키고, 심하면 각막을 침범하여 영구적인 각막혼탁을 남기고 지나가게 됩니다. 이때 각막혼탁은 시력저하의 원인이 되고, 간혹 영구적인 시력저하나 약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위험한 합병증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을 비비는 행위는 피해야 하며, 특히 수인성 전염력이 높은 만큼 사람이 많은 물놀이시설이나 수영장을 다녀온 뒤에는 더욱 조심 해야 합니다. 일단 아폴로눈병이 생기면 대략 2주 정도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며 안약 등을 이용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가족들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집에 서 수건을 따로 쓰는 등 개인위생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Q. 시력 검사의 주기는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아이가 엄마, 아빠와 눈을 마주치게 되고 움직이는 물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력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돌 전후에 첫 안과 방문이 권장되며, 이때에는 사시나 눈 움직임의 이상 등을 확인해서 약시 예방을 해야 합니다. 시력표를 읽을 수 있는 만 3세부터는 1년에 한번 안과를 방문하여 시력을 측정하도록 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밀검사를 통해 안경처방을 받아 아이의 시력발달을 도와주도록 합니다.
Q. 근시, 난시, 약시 예방 및 관리 방법은
성장기의 아이들은 안구가 성장함에 따라 먼 곳이 잘 보이지 않는 근시가 늘어납니다. 따라서 안경을 6개월~1년마다 교체해 줘야 합니다. 약시는 안경으로도 정상시력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약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취학 전이라도 주기적인 시력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뇌 속에는 시력 성장판이 있는데, 만 8~10세 이후에는 약시를 치료할 수 없게 되므로 그 이전에 치료를 끝내야 합니다. 약시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기발견입니다. 성인의 경우 근시·난시는 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만약 본인의 시력이 변한다고 느껴진다면 이는 눈 속 질환이 발생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신속히 안과에 방문해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Q. 아이의 시력이 저하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아이의 경우 시력의 불편함을 말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러므로 부모님의 자세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TV를 가까이서 보는 행동, 눈을 자주 비비는 행동, 얼굴을 돌리거나 비스듬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행동, 혹은 눈을 찡그려 사물을 바라보는 행동 등이 시력저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Q.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눈 건강 지키는 방법은
성장기 아이들의 시력을 지켜주는 것은 야외활동입니다. 보고에 따르면 하루 2시간 이상의 야외활동으로 자외선을 쐰 아이들의 근시발병률이 현저히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성인과 달리 아이의 시력에는 자외선이 긍정적인 자극을 줍니다. 반대로 성인의 경우에는 자외선 차단이 눈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외선은 백내장, 황반변성 등 눈에 발생할 수 있는 성인질환의 대부분을 유발합니다. 그러므로 외출시에는 선글라스나 자외선 차단 안경 착용을 통해 눈을 보호해야 합니다. 또한, 오메가-3, 비타민 A, C 및 루테인 등의 항산화물질들은 눈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지켜주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등푸른생선, 당근, 녹황색채소 등을 섭취하여 부족한 성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 4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6개월에 한 번씩 안과를 방문하여 눈 상태를 정확히 검사하는 것이 질병예방에 중요합니다.
Q. 책을 많이 보거나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지나
잘못 알려진 시력에 대한 상식 중 하나가 책을 많이 보거나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속설입니다. 시력이 나빠지는 원인은 유전적, 가족력적 소인이 제일 중요합니다. 부모님 중 한 분만 안경을 쓰더라도 자녀가 안경을 쓸 확률은 50%, 두 분 모두 안경을 착용한다면 75%의 확률로 자녀가 안경을 쓰게 됩니다. 따라서 책을 많이 본다고 해서 시력이 저하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근시로 인해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라면, 착용 유무와 관계없이 성장이 멈추는 만 18세까지는 시력이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안경 착용이 시력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것은 절대 아님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Q. 스마트폰 사용은 아이의 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상적인 스마트폰 사용은 어린아이의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 눈 속의 긴장이 불가피하게 늘어나게 되어 시력저하의 주범으로 작용할 수 있고,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은 눈의 긴장도를 증가시키는 또다른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하셔야 합니다. 한 번에 최대 1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고, 50분 사용에 5~10분의 휴식 시간을 정확히 지켜주셔야 합니다.
류익희 아이앤유안과 대표원장
대한안과의사회 총무이사
이 기사는 육아잡지 <매거진 키즈맘> 7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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