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은 때론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 학습의 동기가 되기도 하고 맡은 일에 집중력을 높여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는 타인과 어울림에 있어 향후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또 승부욕은 타인뿐만 아니라 아이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즐겨야 하는 놀이 시간조차 아이에게 일종의 경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블록놀이를 할때도 친구와 함께 성을 쌓기보단 친구보다 더 높이 블록을 쌓으려고 한다. 도중에 친구가 다른 놀이에 관심을 보여 경쟁이 흐지부지되면 아이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떼를 쓰거나 울기도 한다. 친구를 편안한 관계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단순히 승부욕의 긍정적인 면만 보기에는 아이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치명적일 수 있다. 때문에 아이 스스로 승부욕을 다스릴 수 있도록 부모가 적절히 돕는 것이 필요하다.
◆승부욕, 타고난 걸까
고집이 센 '까다로운 기질'로 타고난 아이가 물론 있지만 승부욕을 자극해 훈육하고 교육하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를 통제불능으로 만든다. 아이가 밥먹기를 거부한다고 해서 "밥을 가장 빨리 먹는 친구만 TV를 볼 수 있어요"처럼 형제 또는 친구간 경쟁을 시키면 그 순간은 편하겠지만 아이는 점점 승부욕의 노예가 된다. 강한 승부욕을 타고난 아이일수록 경쟁 상황에 놓이지 않게 부모가 조심해야 한다.
◆승부욕 강한 아이는…
- 불안함을 느낀다
무조건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는 놀이 시간도 승부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순히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도 곧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의 마음 속에는 '내가 여기서 지면 엄마(또는 선생님)한테 혼이 날거야'와 같은 두려움이 있다. 즉, 경쟁에서 이겨야 엄마 또는 선생님한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의 승부욕이 자극되면 될 수록 아이의 불안함은 커진다.
- 또래 친구와 어울리지 못한다
친구 여럿이 함께 놀다보면 주로 게임, 스포츠처럼 경쟁 요소가 있는 활동을 하게 된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팀이 졌을 경우에도 심하게 화를 낸다거나 분을 이기지 못하고 떼를 쓴다. 경기 결과를 순순히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친구들도 이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
- 아집에 사로잡혀 잘못된 결정을 한다
실패를 통해 좌절감을 맛보고 다시 힘을 내 일어서는 경험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이 있듯 실패를 밑바탕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실패 경험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좌절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반복되면 훗날 아집에 사로잡혀 타인의 조언이나 격려는 귀기울이지 않은 채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아이의 승부욕을 잠재우는 부모의 태도
- 딱딱한 훈육보다 부드러운 격려를 하자
아이가 잘못했을 때 따끔하게 훈육하는 것도 좋지만 승부욕이 강한 아이에게는 자칫 '졌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아이는 훈육 상황에서 엄마를 어떻게든 이기고자 고집을 피울 수도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오히려 부드러운 격려와 칭찬이 효과적이다.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 나누듯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면 아이는 이를 경쟁 상황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또 아이가 성취를 이뤘을 때 칭찬을 하는 것도 좋지만 실패했을 때도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실패시에도 '괜찮다'는 인식이 되면 아이는 승부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 승부욕을 자극시키는 육아 방식은 피하자
게임 방식이 아이의 승부욕을 자극해 호기심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매번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이런 식의 승부욕 자극은 좋지 않다. 승부욕은 자극할 수록 커지기 때문에 반복하면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진짜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흥미를 잃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A팀과 B팀으로 나눈 아이들에게 퍼즐을 주고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맞출 것을 부탁했다. A팀에는 별다른 보상이 없었고 B팀에는 퍼즐을 맞추면 용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A팀은 선생님이 나가자 몇몇 아이들만 퍼즐에 관심을 갖고 다른 아이들은 자유롭게 행동했다. B팀은 모두 퍼즐에 몰두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돌아오자 A팀에서 퍼즐에 관심을 가졌던 아이들은 계속해서 조각을 맞추는 반면 B팀 아이들은 전부 퍼즐 맞추기를 그만뒀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법일뿐 학습 효과를 위해선 아이의 흥미나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실험 결과다. 승부욕을 육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알려준다.
- 규칙을 지키는 연습을 시키자
아이 스스로 승부욕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축구, 농구, 야구와 같이 여럿이 함께하는 스포츠는 아이의 승부욕을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조절할 수 있는 연습의 기회를 준다. 규칙을 어겼을 때는 그에 합당한 벌칙을 받고 경기에 졌을 경우 팀원들끼리 서로를 격려하며 결과에 승복하는 연습을 한다. 또 경기 특성상 혼자 잘한다고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함께 협동하는 연습도 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이러한 스포츠를 즐기다보면 아이 스스로 정서적인 안정을 찾으며 승부욕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된다.
키즈맘 윤은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