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은경, 노유진 사진 변성현(한경닷컴)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전원재판부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형법 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미혼의 상간자는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 헌재의 지적이다.
형법상 간통죄가 신설된 것은 1953년, 지금으로부터 약 62년 전이다. 형법 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며, 그와 상간한 자도 같은 처벌을 받는 것으로 규정됐다. 벌금형이 없이 징역형만 적용이 돼 양형이 센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간통죄 폐지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지난 2008년 간통죄로 고소된 배우 옥소리 씨가 간통죄 위헌 심판을 제청하면서 간통죄 폐지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 이슬람 국가 중 간통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에 속한다. 우리나라 간통죄의 역사적 기원을 찾아보자면 민족 최초의 법인 고조선의 ‘8조 법금’에서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구약성경의 10계명에도 간통이 금지돼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인류가 오랜 옛날부터 간통을 금기시 해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면 법도 달라지는 법, 이제 우리나라는 간통죄 폐지 이후 논란과 과도기의 시작 단계에 있다. 형법으로 외도를 규제 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뺏는 기본권 침해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의 성도덕을 지키고 가족 제도를 보장하는 장치인가.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키즈맘’에서는 간통죄 폐지 직후 일주일간 회원들의 의견을 모았다.그 결과 대부분의 회원들은 간통죄 폐지에 반대하며 쓴소리를 한 반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판단이라는 찬성 의견도 종종 눈에 띄었다. 0~7세 아이를 둔 엄마가 전체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키즈맘’에서 당연히 나올 법한 반응. 이들이 이렇게 간통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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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법의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민법상 책임이 따른다. 이인철 법무법인 윈 대표 변호사는 “이제 간통죄로 배우자를 형사 고소할 순 없지만 민사소송이나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청구를 하는 방법이 있다”며 “민사소송 역시 간통죄와 마찬가지로 증거가 중요하다. 문자, 사진, 녹음 등의 증거를 확보해야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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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간통죄 폐지 이후 달라지는 점이인철 가사법 전문 변호사
kizmom 간통죄 폐지로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더 이상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고 형사고소를 할 수 없게 된 거죠.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신고에 따라서 빈번하게 이뤄지던 경찰관 출동 상황도 없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경찰은 배우자의 외도현장을 잡아달라는 신고를 받으면 출동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바람을 피우는 현장에 가서 증거물 수집과 유전자 감식 등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가경찰력의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kizmom 간통은 이제 민사 소송으로 진행되나?
앞으로는 형사고소 대신에 민사소송이나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청구를 하는 방법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행 실무상 위자료는 약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정도로 그 액수가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따라서 간통죄로 고소할 수 없는 대신 민사적인 구제방법인 위자료 액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죠.
kizmom 이제까지 간통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었나?
일반인들의 간통소송은 대부분 남편들이 바람을 피우는 경우 아내들이 흥신소에 의뢰해 미행을 한 후에 경찰의 도움을 받아 증거를 확보해서 고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간통죄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혼이 전제가 되어야 했죠. 때문에 이혼을 원하지 않지만 배우자나 상대 이성을 처벌하기 위해 억지로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이번에 간통죄가 위헌으로 폐지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kizmom 간통죄 폐지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
간통죄 폐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습니다만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헌재가 심사숙고를 한 후 결정을 내린 만큼 존중할 필요가 있겠죠. 사실 부부간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외도나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미행을 하고 감시를 하고 고소를 하는 것들이 모두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에요. 믿지 못한다면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죠. 이제는 더 이상 국가의 형벌권으로 제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과 가족 간의 신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타들의 간통죄 흑역사
간통죄 폐지 발표 이후 스타나 유명인들의 ‘흑역사’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지난 50여 년 간 간통죄 역사와 함께 해온 몇몇 스타들의 뼈아픈 이야기들을 정리해봤다.
- 1962년 최무룡과 김지미
연예인이 간통죄로 구속된 첫 사건은 당대 최고의 스타 최무룡과 신인배우 김지미의 스캔들이었다. 당시 최무룡의 아내 강효실은 아들 최민수를 낳은 지 10일이 채 지나지 않았던 상태. 두 사람은 간통 사실을 인정해 1주일간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김지미가 집을 팔아 강효실에게 300만원을 주기로 하고 석방됐다. 이후 최무룡과 김지미는 1969년까지 부부로 살다 합의이혼을 발표한다. 당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최무룡의 한 마디는 한국 연예사에서 오랜 세월 회자된 바 있다.
- 1975년 태진아
가수 이루의 아버지이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장이자 유명 트로트 가수인 태진아도 젊은 시절 간통죄로 구속됐던 적이 있다. 태진아가 21살이었던 1975년에 47살의 대기업 건설회사 사장 부인 김모 씨를 만났던 것. 이후 태진아는 김 씨가 남편과 이혼을 합의하면서 10일 만에 고소 취하로 석방됐다.
- 1975년 김영애
데뷔 이후 승승장구하던 신인배우 김영애는 1973년 운명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만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동거에 들어갔고 결국 이 씨 부인의 고소로 구치소에 수감된다. 이후 이 씨는 1979년에 김영애와 정식 결혼했지만 지난 2000년 결국 이혼했다.
- 2000년 강남길
배우 강남길은 일반인 부인 홍 씨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홍 씨는 2000년 1월 남양주시의 한 호텔에서 장모 씨와 함께 있다가 강남길의 형제들에게 현장을 들켜 나체사진이 찍히는 해프닝을 빚었다. 강남길은 부인의 간통에 대한 충격으로 두 자녀와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2003년 방송에 복귀했다.
- 2002년 황수정
단아한 매력의 배우 황수정 역시 간통죄로 고소당해 구속된 바 있다. 그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조사받던 중 간통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충격을 줬다. 단아했던 황수정의 이미지는 마약을 최음제로 이용했다는 루머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결국 연예계 활동을 접어야만 했다. 황수정은 상대가 유부남임을 알고 나서는 성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유부남임을 알고서부터는 성관계는 하지 않고 애무만 했다"고 말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 2007년 옥소리
옥소리는 이번 간통죄 폐지의 선봉에 선 연예인이다. 그는 박철과의 혼인 관계가 유지되던 와중인 2007년에 팝페라 가수 정 씨와 특급호텔 요리사인 이탈리아인 G씨와의 간통 혐의로 고소당했다. 심지어 정 씨는 박철과 선후배관계였다고. 옥소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 씨와의 관계는 인정했지만 G씨와의 관계는 부인했다. 현재는 G씨와 결혼해 아이도 있는 상태. 옥소리는 본인의 간통죄와 관련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 2014년 김주하
김주하 전 MBC 앵커는 결혼 기간 동안 혼외자를 출산한 전 남편 강 씨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강 씨의 내연녀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아담하고 이목구비가 화려한 미인이라고. 또한 김주하 전 아나운서의 전 남편 강 씨는 내연녀가 미국 LA에서 출산할 당시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산후조리 비용도 결제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강 씨는 화가 나면 가족에게 폭행을 휘둘렀으며 심지어 시어머니 이 씨는 아들을 김주하와 결혼시키기 위해 아들의 미국 서류를 '싱글'로 위조하기까지 했다.
- 2015년 탁재훈
방송인 탁재훈의 아내 이효림 씨는 지난 2월 탁재훈과 여성 3명을 간통죄로 고소했다. 탁재훈이 도박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고 자숙 중이어야 할 기간에도 상간녀들과 두 차례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2015년 2월 간통죄 위헌 판결 후 탁재훈 부인 이 씨, 김주하 MBC 전 앵커의 간통 고소 건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인해 효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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