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5일인 정월 대보름. 올해 정월 대보름은 3월 5일이다. 이날은 예로부터 보름달을 보며 액운을 쫓고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는 날로 이어져 오고 있다.
둥글게 가득 찬 보름달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다. 정월 대보름에는 새로운 해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날이니 만큼 더 특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농경사회이던 과거에는 설보다 큰 명절로 여기기도 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긴다. 대표적인 것이 마을 제사 지내기, 달맞이 소원 빌기, 더위 팔기, 다리 밟기, 액막이 연 날리기,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줄다리기 등이다.
음식도 빠질 수 없다. 정월 대보름에는 다섯 가지 곡식으로 오곡밥을 지어먹고 아홉가지 나물로 반찬을 만든다. 또 단단한 견과류를 입에 넣고 부럼깨기를 하며 귀신을 쫓는다. 차가운 술을 남녀노소가 함께 마시는 귀밝이술, 솔잎을 깔고 떡을 쪄먹는 솔떡도 대보름 음식이다.
오곡밥은 찹쌀과 조, 수수, 기장, 팥, 콩 등이 주재료로 쫀득쫀득하고 고소할 뿐만 아니라 영양도 만점인 음식이다. 지역마다 재료의 차이가 있어서 충청도와 경기도에서는 찹쌀, 팥, 콩, 차조, 수수를 넣었고 다른 곳에서는 멥쌀이나 보리쌀로 대체하기도 했다. 또 옛날에 재력이 있는 집에서는 밤, 대추, 곶감, 꿀을 넣기도 했다. 여기에 간장을 넣어 색깔만 입히면 바로 약밥이 된다.
정월 대보름 때 먹는 오곡밥의 기원은 신라시대 '삼국유사'에서 알 수 있다. 신라 21대 소지왕은 정월 대보름에 경주 남산의 천천정이란 정자로 행차하던 중 까마귀들의 도움으로 '사금갑(활로 거문고집을 쏴라)'고 적힌 편지를 건네받았다. 덕분에 역모를 꾀하던 왕비와 신하를 붙잡고 죽음을 면했다.
이후 선조들은 임금의 목숨을 구한 까마귀에게 보답하는 뜻으로 1월15일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하고 찰밥으로 제를 지냈다. 당시 궁에서는 잣, 밤, 대추 같은 고급 재료를 넣고 찰밥을 만들었지만 평민들은 그 대신 다섯 가지 곡식으로 밥을 지어먹은 데서 오곡밥이 유래했다고 한다.
오곡밥은 쌀밥에 비해 영양도 뛰어나다. 식물성 단백질은 2배, 식이섬유는 5배, 빈혈 예방에 좋은 엽산은 약 20배가량 많아 대표 건강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오곡밥에 들어가는 수수와 기장은 암 예방 효과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팥은 칼륨이 풍부해 붓기를 빼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콩은 비타민과 철분뿐만 아니라 이소플라본이라는 단백질이 풍부한데 이것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해, 갱년기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 차조는 이뇨작용으로 소변 배출을 돕고 쌀로는 채우지 못하는 무기질을 제공한다
오곡밥을 짓는 방법은 잡곡과 쌀은 7대 3 정도가 적절하다. 특히 체질에 따라 몸이 찬 사람은 찹쌀과 콩, 기장을, 열이 많은 사람은 팥을 늘리는 것이 좋다.
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을 깨문다. 부럼 깨물기는 한자로 '작절(嚼癤)'이라 하는데, 이는 '부스럼을 깨문다'는 뜻이다. 부스럼은 종기를 비롯한 피부질환을 가리킨다. 부럼으로 쓰이는 견과류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생겨난 풍습이다. 또한 견과류를 깨무는 것은 소홀히 하기 쉬운 치아 건강을 점검하는 효과가 있다.
정월 대보름에 달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명당 자리는 어딜까. 4일 천문우주지식정보(KASI)에 따르면 정월 보름달은 서울 기준 5일 오후 6시9분에 뜰 예정이다. 다만 보름달이 가장 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6일 오전 0시36분이다.
정월 보름달을 잘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명당으로는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와 낙산공원, 옥수동 달맞이봉공원 등이 꼽힌다. 북한산 백운대와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궁산도 보름달 명당으로 꼽힌다.
이밖에 광장동 아차산, 잠실동 석촌호수변, 상암동 하늘공원 등도 보름달을 구경하기에 좋다. 인천·경기지역에서는 고양시 행주산성, 월미도 월미공원 등이 달맞이 명소로 꼽힌다.
키즈맘 신세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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