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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맘' 김경아의 육아 24시] 아직은 어설픈 권재관의 '아빠육아'
입력 2016-01-27 18:13:00 수정 2016-02-23 18: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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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처음부터 육아가 체질에 맞았겠는가.

자취경력 10년 동안에도 스스로 밥을 해먹어 본 적이 없는, 심지어 3분 카레도 귀찮아서 안해먹었던 나였기에 한 생명을 낳아서 어엿한 인간으로 길러내는 일은 애시당초 난이도 백만 스물한 개짜리의 작업(?)이었다. 그러기에 더더욱 연애시절 헌신적이었던 남편의 외조에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다. 숙취로 고생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직접 해장국을 끓여주고 삶의 목표가 “김경아 눈에서 눈물 나오게 하지 않기” 라고 선포했던 그였기에 나는 모든 똥기저귀를 그에게 맡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난 요즘도 당당히 외치고 다닌다. 이것은 '사기결혼'이라고....

똥기저귀는 고사하고 트림하다 나오는 약간의 아기 토에도 헛구역질을 하며 화장실에 달려가는 184센치 거구를 보며 그 때 기대를 버렸다면...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을까...

난 끊임없이 아빠육아를 강조했고 그는 안동 권씨 양반집안 외동아들답게 뚝심있게 아이와 데면데면했다. 가장은 모름지기 처자식을 위해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70년대 산업혁명시대의 발상으로 그는 주말에도 행사를 잡아왔으며 그러는 동안 상위 1%의 초우량아를 길러내던 나의 등과 어깨는 늘 담에 걸려 있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선율이가 축복인지 부부싸움의 화근인지 모르겠던 나날 가운데에도 선율이는 무럭무럭 자라나 주었고 우리의 가장, 권재관도 조금씩 조금씩 '선율 아빠'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요 조그만 녀석과 대화가 된다는 것이 신기했고 조금만 번쩍 안아줘도 까르르 웃어 젖히는 모습에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한 시간도 단 둘이 있어보길 두려워하던 그가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어느 날은 반나절씩 외출도 다녀오곤 하는 모습에 나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선율이가 걸음마 시작할 때만큼이나 감격스러웠다.

얼마 전 권재관은 선율이와 처음으로 2박3일 단둘이 여행을 다녀왔다. 선율이가 태어난 지 44개월만의 일이다. 나는 이미 선율이와 단둘이 해외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올만큼 선율이의 소울메이트지만 아직 '친해지는 단계'인 선율아빠에게는 대단한 결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잘 해낼거라 믿었고 정말로 여행 내내 선율이는 단 한번도 엄마를 찾지 않았으며 영상통화라도 할라치면 지금 바쁘다며 끊으라고 할 정도로 둘은 완벽한 파트너쉽을 보여주었다.

난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남편이 아이를 잘 돌봐준다면 대단히 감사하라. 그것은 대단히 대단하고 굉장히 굉장한 것이다.

둘째, 남편이 아이를 잘 돌봐주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마라. 또 아이에게 엄마의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도 마라. 열 번 기도하고 열 번 악물고 “아빠는 너~무 바쁘셔서 오늘도 늦으신대. 아빠 너무 힘드시겠지? 아빠 오시면 우리 뽀뽀해 드리자~” ... ... 아.. 난 정말 천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권재관은 이 글을 보고 반박성명을 발표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단언컨대 이 가정의 평화는 김경아의 천사 코스프레가 지켰다고 확신한다.

아직은 선율이와의 술래잡기보다 저그와의 스타크래프트를 더 재미있어하는 그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리라 믿는다. 그 조금씩이 너무 느려 '완전 사랑하는 단계'가 오기 전에 선율이의 사춘기가 먼저 올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글 : 김경아
동아방송대학 방송극작과 졸업
KBS 21기 공채 개그맨
개그맨 동기 권재관과 3년여간의 열애 끝에 2010년 5월 결혼에 골인
2011년 4월 든든한 아들 선율 군 출산
입력 2016-01-27 18:13:00 수정 2016-02-23 18:43:5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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