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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육아' 100% 즐거워지는 3가지 방법
입력 2016-01-16 16:53:59 수정 2016-02-23 2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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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있으면 방금 찐 고구마에 동치미를 내주시며 겨울 밤 어울리는 으스스한 옛날 얘기를 들려주시던 분, 과자 사달라 조르다가 엄마한테 구박 받고 방구석에 쪼그리고 있으면 슬며시 동전 몇 개 꺼내 손에 쥐어주시던 분. 엄마 또래들이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요즘은 맞벌이가 늘면서 황혼육아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노년을 즐겨야 할 할머니에게 육아라는 짐을 다시 한번 안겨드린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지만, 금쪽 같은 내 손주 남의 손으로 키우게 하지 않으려는 할머니들도 적극적인 선택도 한몫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반증으로 지역 보건소, 유아식 회사 등에서 준비하는 ‘예비 할머니 교실’은 열정적인 할머니들의 참여로 북새통을 이룬다.


육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엄마보다 연륜과 여유가 있는 할머니 육아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정서적 안정일 터. 여기에 할머니의 풍부한 경험이 더해지면 할머니 육아는 아이를 돌보는 보육을 뛰어 넘어 잘 키우는 역할도 충분히 가능하다. 할머니 육아를 더욱 풍성하게 할 읽을 거리, 놀이거리, 할머니와 함께 하면 즐거움이 커지는 활동은 뭐가 있을까?

◇ 할머니랑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시멘트로 둘러싸인 아파트와 놀이방이 전부인 아이의 시간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옛 것이 주는 여유와 아기자기함이다. 『솔이의 추석 이야기』(이억배 글/그림. 길벗어린이. 2005)는 서울 변두리 어디쯤 사는 솔이네 가족이 추석을 쇠러 시골에 다녀가는 모습을 짧은 글로 따라가는 그림책이다. 새벽부터 총천연색의 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은 솔이와 양손 가득 소박한 선물 보따리를 든 부모님은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인파 속에 오래 기다려 버스에 오르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귀향길. 사람들은 도로 가에 내려 간단한 요기도 하고 급한 볼일도 본다. 이윽고 도착한 할머니네집. 넓은 마당에 둘러 앉아 추석 준비에 한창인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다. 뒷마당의 장독대며, 마루 밑 늙은 호박들, 달맞이를 하며 빚어 내는 송편까지. 할머니 무릎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할머니들의 구수하고 실감나는 경험담을 양념처럼 들을 수 있게 된다.

『똥떡』으로 유명한 ‘국시꼬랭이 동네(사파리.2014)’ 시리즈는 각 권마다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들로 가득하다. 재래식 화장실에 빠진 손자를 위해 서둘러 똥떡을 만들어 뒷간 귀신을 달래고, 동네 사람에게 고루 나눠줘 액운을 막으려는 할머니와 엄마의 손놀림이 재빠르다. 할머니나 엄마가 어렸을 적에 경험했을 법한 『책보』, 『눈 다래끼 팔아요』 등을 읽다 보면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다.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는 최근 20권으로 완간 됐다.


◇ 할머니랑 함께 하면 더 재미있는 놀이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면 손에 쏙 들어갈 만한 작고 동그스름한 돌멩이 다섯 개를 준비해 할머니 앞에 앉혀보자. 공기놀이를 제대로 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던지고 잡으면서 실수연발, 어느 아이들이나 까르르 웃느라 바쁘다. 공깃돌을 던지고 잡는 것이 어려운 아이라면 ‘바보공기’라고 던지는 돌을 잡을 필요 없이 바닥에 놓인 돌만 손에 잘 잡으면 되는 열외 경기도 있다. 다섯 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꼼꼼한 소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고 여섯 살 이상에서 초등학생의 경우 가벼운 덧셈은 물론 순발력 등을 기를 수 있다.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푸른 하늘 은하수~’ 등의 노래와 함께 마주 앉은 사람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는 쎄쎄쎄 놀이는 할머니와 아이의 친근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굵고 긴 털신을 이용하는 실뜨개도 흥미로운 놀이다. 내 손가락에 걸려 있는 실들을 할머니에게 옮겨주고 또 가져오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집중력과 협동심을 키울 수 있다.


◇ 할머니랑 함께 가면 더 즐거운 곳

요즘 애들 가는 곳이라면 정신 없다며 손사래를 치시는 할머니들도 활개를 치며 다니시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 이곳에서 할머니는 가족들 중 최고의 전문가다.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가판에 늘어놓고 파는 각종 나물이나 생선, 과일 등을 직접 고르면서 이름을 익힐 수 있다. 할머니와 주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물건값 깎기 실랑이도 흥미롭다. 국화빵이나 어묵 꼬치, 붕어빵 등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군것질 거리를 먹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초등학생 정도라면 할머니와 함께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옛날물건 박물관(문의: 031-8071-1259)’에 가보자. 5~60년대 주로 사용했던 장난감, 학용품, 생활용품부터 간식들까지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이게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일까?’ 고민하며 할머니께 질문을 던지면 흔쾌히 대답해주실 것이다. 세대차이 때문에 할머니와 손주들 사이 알게 모르게 갈등을 겪고 있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도 될 것이다.

김은아 객원 기자
입력 2016-01-16 16:53:59 수정 2016-02-23 20:19:59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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