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네이버 키즈맘 카페에서 아이디 ‘복댕맘’은 최근 겪은 아찔한 순간을 회상했다. 낮에만 해도 잘 놀던 아이가 밤 10시가 되자 열이 39도까지 치솟았던 것. 불안해진 엄마는 아이를 들쳐 업고 가까운 응급실로 달려가 해열주사를 처방받았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집에 와서 해열제까지 다시 먹이며 밤새도록 아이 옆에서 보초를 섰다.
<사례2>
낮부터 아이의 얼굴이 빨개지며 열이 오를 조짐을 보이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열이 펄펄 끓는 큰아이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 주며 아이디 ‘시후서현맘’은 지금 당장 응급실로 가야하나 고민이다. 하지만 ‘응급실에 가도 딱히 해주는 건 없다’ ‘가봤자 옷만 벗겨놔서 화만 난다’는 주변 엄마들의 반응에 응급실행을 포기한다. 대신 엄마는 내일 아침 일찍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결심한다.
<사례3>
즐거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본가에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유라가 급체를 한 것 같다. 하필이면 집에 상비약도 없는 상황. 응급실로 가려고 하지만 유라가 신생아일 때 갔던 응급실에서 좋지 않은 기억을 얻었던지라 망설여진다. 결국 바늘로 유라의 손을 따준 엄마는 언제 다시 구토 증세를 보일지 모를 유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내일 아침에 있을 회의 자료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다.
글 김경림┃모델 최준혁 | 촬영 오세환 (아이레 스튜디오) | 협찬 스웨번 | 도움말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온종합병원
늦은 밤 혹은 주말에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한다면, 위험 수준까지 오른 열이 내릴 줄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응급실로 직행해야 할까? 하지만 성인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일반 응급실이 아이들에게 적합한 진료를 제공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당장 내일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직장맘은 더 답답하다. 회사에서도 아픈 아이를 생각하느라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걱정에 대해서는 한시름 놓아도 될 듯하다. 2014년 9월 1일부터 시행된 ‘달빛 어린이병원’ 덕분. 달빛 어린이병원은 소아환자가 야간이나 휴일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운영하는 정책이다.
그 동안 달빛 어린이병원과 같은 정책이 시행되기 어려웠던 까닭은 특근수당을 비롯한 각종 비용이 추가 발생하는 반면에 오후 10시 이후 내원하는 환자가 적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50%씩 부담해 각 진료기관에 월평균 15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타 의료기관의 의사를 초빙해서 진료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촉탁의 제도’를 열어두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달빛 어린이병원은 소아과 전문의가 2인 이상 근무해야 하고, 소아과 전문의 1인이 최소운영 시간(평일 18~23시, 주말 및 공휴일 10~18시)이상으로 운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달빛 어린이약국’을 파트너로 지정해 달빛 어린이병원과 동일한 시간대에 운영하도록 해서 약을 조제하는 데 발생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3차 선정은 올해 2월부터 운영이 가능하다.
달빛 어린이병원 선정기준은 야간 및 휴일 진료실적(운영 시간), 지역 적절성(병원 위치, 주민 생활권), 인력확보 등을 평가해 우선순위를 매겨 선발한다. 또한 사업연속성 유지를 위해 기존 참여병원에 상당한 가점을 준다.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 서울 지역에는 달빛 어린이병원이 없다는 점. 이에 대해 정책 담당자는 “특정 지역에 대한 계획이 따로 있지 않으며 현재는 병원 측의 자율적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지자체에서 참여할 병원을 발굴하면 국가에서 최대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은 소아환자의 야간진료 수요가 많아 달빛 어린이병원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야간과 휴일 진료가 힘들기는 하지만 지역 사회 내에서 홍보를 지원하고 환자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지정 개소수를 제한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며 각 병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 ‘달빛 어린이병원’ 운영 병원 인터뷰 - 온종합병원 강성구 총무팀장
kizmom 신청 계기가 어떻게 되나
응급실을 내원하는 환자 중 정상진료가 끝나고 오후 5시부터 10시 사이에 방문하는 소아환자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특히 이런 경우 대부분은 중증이 아닌 경증 환자였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병원은 이런 소아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고자 기존에 매주 2회에 걸쳐 저녁 진료를 시행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환자와 보호자의 호응이 좋아 추가적으로 진료를 늘리고자 고민하던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달빛 어린이병원’ 정책사업 소식을 접하고 신청했습니다.
kizmom 그 동안 달빛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며 어려움은 없었는지
시행 초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으나 4개월째인 현재는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의료진이나 간호 인력의 충원을 완료했고, 응급실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이뤄 현재 달빛 어린이병원 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습니다. 한때 원외처방에 따라 야간에 약을 조제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으나 부산시의 노력으로 지정약국이 정해져 야간에도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kizmom 운영하며 보람을 느꼈던 사례가 있나
아무래도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커졌음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입니다. 과거에는 환자들이 어렵게 응급실을 찾아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어 만족스런 진료를 받지 못했고, 진료비도 평일 낮보다 많아서 부담이 되었는데 이 모
두를 해결하니 이용해보신 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특히 달빛 어린이병원을 찾는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가 아프면 평소 마음의 큰 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와 함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높은 만족과 행복까지 느끼는 것 같아 보람이 큽니다.
kizmom 월 평균,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어떻게 되나
평일 저녁은 40~50여명, 주말이나 휴일에는 100~150명 정도입니다. 시행 첫 달보다는 소문이 나면서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kizmom 달빛 어린이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주로 어떤 증상으로 방문하나
대부분은 경증질환으로 병원을 찾습니다. 어른이라면 참고 다음날 병원을 방문하겠지만 아이들은 조금만 아프고 열이 나도 기다리기 힘들죠. 혹시나 밤새 더 악화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요. 대부분 감기나 고열, 소화불량 등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많고요. 보통 방문하는 환자들은 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받고 주사를 맞으면 낫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해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응급실을 통해 입원 수속이 이뤄졌지만 ‘달빛 어린이병원’ 시행 후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직접 환자를 보고 입원을 결정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만족도도 높고 환자의 회복 또한 빠릅니다.
kizmom 병원 입장에서 달빛 어린이병원 신청 후 효과는?
온종합병원의 달빛 어린이병원을 이용해보신 맞벌이부부나 아이를 맡은 조부모님들 같은 경우에 만족도가 높으므로 병원의 전체적인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이용자 인터뷰 - 다은맘(부산 온종합병원 방문)
kizmom 늦은 밤 아이가 아플 땐 어떻게 했나.
정말 급하게 병원을 가야 되겠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kizmom 달빛 어린이병원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
부산에서 야간 진료하는 병원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기사를 보고 ‘달빛 어린이병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kizmom 달빛 어린이병원을 찾았을 때 아이는 어떤 증세였으며 지켜보는 심정은 어땠나.
당시 다은이는 39도에서 40도 사이의 고열을 오가고 있었어요. 아이가 너무 많이 힘들어해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판단했을 때는 시간이 오후 6시가 넘었더군요. 그 날이 토요일이라 야간 진료하는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을 가야 하나 했는데 두 번의 응급실 경험이 떠올라서 선뜻 발길이 안 떨어졌어요. 게다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많은 환자분들을 아이와 함께 바라봐야 하고, 응급실의 분주한 분위기가 아픈 아이로 인해 예민해져 있는 제 기분을 더 긴장하게 만들어서 정말 싫었거든요. 하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달빛 어린이병원이 근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아침까지 지켜보겠다는 마음을 접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어요.
kizmom 전공의가 아닌 소아과 전문의가 자녀를 진료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을 때는 응급실의 특성상 조용한 곳에서 아이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침착하게 아이의 상태를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질문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달빛 어린이병원에서는 소아과 전문의에게 진
찰실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았어요.
kizmom 달빛 어린이병원이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
병원마다, 요일마다 진료 시간이 달라서 아이가 아팠을 때 진료시간을 체크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착오가 생기는 경우가 생길 거 같아 모든 병원의 운영시간이 일정했으면 좋겠어요.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