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육아에 전념한다는 개그맨 문세윤. 두 남매의 아빠인 그는 4년 만에 육아 베테랑이 됐다. 개그맨으로 맹활약하면서 쉬는 날이면 딸바보로 변신하는 문세윤이 첫째 시연이(4세)와 보내는 하루를 들여다봤다.
글 신세아 | 촬영 민수해(아이레 스튜디오) | 협찬 초코엘, 더마겔, 코사토유모차, 유이앤루이
오랜만에 tvN ‛코미디빅리그’ 코너 연습이 일찍 끝난 날, 딸 시연이와 산책을 나섰다. 그런데 낮잠에서 덜깬 시연이가 졸린 눈으로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이럴 땐 편안한 유모차에 태워 기분을 좋게 해주고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비눗방울 놀이로 환심을 사본다. 아빠와 장난치며 기분이 좋아진 시연이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시연이의 웃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아이가 나를 닮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얼마 전 얻은 아들은 이제 막 사람 손을 타기 시작해 품에서 내려만 놓으면 울기 때문에 시연이와 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다. 오랜만에 육아의 고충을 겪게 되니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다. 아들이 커서 함께 야구하러 갈 땐 커플룩을 맞춰 입어야지. 나처럼 덩치가 큰 아빠가 아들과 옷을 맞춰 입으면 좋은 그림이 나온다. 마른 아빠는 아이의 귀여움을 부각시키지 못한다고! 20년 뒤에는 아들과 남자 대 남자로 소주 한 잔 기울일 수 있을까.
쉬는 날이면 육아에 지쳐있던 아내를 위해 두 아이를 동시에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첫째 아이에게 아침을 먹여 유치원에 보내고, 그 후에는 집정리를 마친 뒤 둘째 아이를 목욕시킨다. 씻긴 후에는 아기의 피부를 위해 보습 크림을 발라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아이들의 점심까지 손수 준비하며 주부의 삶을 체험해 보는 것도 내 일과다. 산후조리와 육아를 병행하는 아내가 다른 것보다 힘들어하는 것은 잠 부족. 원래 잠이 많은 아내가 두세 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거나 우유를 타 먹이는 모습을 보면 엄마란 참으로 위대하다고 느껴진다.
첫째를 막 얻었을 당시 공익근무를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근무지가 마침 유치원이어서 육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유치원에서 근무를 하며 올바른 육아를 위해서는 아빠가 엄마를 적극 도와줘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엄마가 아이를 혼자 돌보다 보면 자기 관리할 시간이 없어지고, 그렇게 되면 아이의 겉모습도 엄마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유치원에서 근무를 하며 수면바지에 야구모자 차림인 엄마들의 아이가 단정하지 않았던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엄마가 아가씨 때와는 다른 외모를 갖게 된 것은 무조건 남편의 책임이며, 남편이 가정에서 아내를 도와줘야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요즘 부쩍 책읽기를 좋아하는 시연이에게 동화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어줘야겠다.
원래 가족계획은 자녀 셋이었다. 하지만 요즘 육아로 바쁜 날들을 겪으며 둘로 만족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반면 아내는 지금 너무 예쁜 둘째 아이 덕분에 셋째도 갖길 원한다는 표현을 해왔다. 또 둘째가 서강준을 닮길 원한다고 말하는 아내. 참 욕심이 많다.
요즘 유치원에서 시연이를 떠받드는 남자 친구들이 두세 명 생겼다고 한다. 가끔 시연이에게 "남자친구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으면 "남자친구!"라고 대답하기도 하는데, ‘섭섭해하지 말아야 해’라며 스스로 주문을 외워본다.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