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비뇨기과' 하면 성병이나 남성 발기부전, 조루 같은 병만 치료하는 '좀 거시기 한 과목'으로 알고 있었어요. 본과 3학년 때 비뇨기과학을 처음 배우게 됐는데, 그동안의 편견과는 달리 신장부터 요도까지,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생식 기능을 아우르는 섬세한 학문이더라고요.
또 비뇨기 질환이 있는 여성들이 비뇨기과에 가면 남자 의사들만 있어서 주로 산부인과를 가서 상담을 받는다는 거에요. 마침 우리나라엔 비뇨기과를 전공한 여의사가 하나도 없다고 해서 전공을 결심했죠."
글 : 이미나
회사원 정모씨(35세)는 요실금 때문에 고민이다. 요실금이 시작된 것은 둘째를 출산한 다음부터. 처음에는 가끔씩 재채기를 할 때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도 점점 심해져 1년 365일 생리대를 하고 출근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상생활에서 언제 샐지 몰라 불안한 건 물론이요 주변에 행여 냄새라도 날까봐서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국내 비뇨기과 여의사 1호로 이름 높은 이대목동병원 윤하나 교수는 "여성들이 겪는 요실금과 불감증, 성교통, 오르가슴 문제에 대해 눈치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년 여성의 40%가 경험한다는 요실금. 요실금 증상이 있을 때 산부인과를 찾는 것과 비뇨기과를 찾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감기 걸렸을 때 내과 또는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처럼 비슷한 기관이지만 원인에 따라 구분이 돼요. 비뇨기과는 소변에 관련된 것을 중점적으로 보고 산부인과는 생식기 관련한 진료를 하죠. 남자는 생식기와 소변을 보는 곳이 같기 때문에 고환, 성기, 발기부전 등의 문제를 같이 진료하게 됩니다. 소변에 문제가 있으면 비뇨기과를 찾는 게 맞고 질에서 출혈이 있다든지 생리통이 있다든지 아기를 낳는 데 문제가 있거나 잠자리 하고 피가 난다든지 하는 경우는 산부인과를 가는 거죠."
흔히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복압성 요실금은 요도와 방광을 지지하는 골반 근육이 약해지거나 방광이 지나치게 예민해지면서 생긴다. 특히 여성의 요도는 4cm로 남성(12cm)에 비해 길이가 짧아 요실금이 더 잘 생긴다. 무엇보다 요실금이 50대나 60대에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출산, 스트레스, 과도한 비만, 당뇨병, 카페인 과다 섭취 등으로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이렇듯 여성 질환 10위 안에 들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질병이라 생각하며 쉽게 병원에 가지 못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하루에 8회 이상 자주 소변을 보거나 화장실로 가는 도중 소변이 새는 경우 그리고 기침, 재채기를 할 때 소변이 샌다면 요실금 전조 증상으로 인지하고 빠른 시간 안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요실금을 일시적으로 겪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문제가 있을 때 의료기관을 찾아야 할까.
"요즘은 아기가 대부분 크기 때문에 출산으로 인해 질이나 괄약근이 손상 받는 경우가 많아요. 3.5kg도 너무 큰 수준이고 4kg가 넘으면 출산중 손상 받을 확률과 요실금 확률도 높아집니다. 아기는 최대한 작게 낳고 크게 키우도록 하세요. 한 젊은 엄마의 경우 아기를 낳으며 괄약근이 심하게 손상돼 3개월간 패드를 차고 다녀야 할 정도로 소변이 줄줄 샜어요. 출산 후 일시적 손상은 2~3개월 기다리며 골반 근육 운동을 하면서 지켜봐야 합니다. 6개월 이후에도 계속되면 1년 후 괄약근 검사를 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죠. 소변이 새는 문제는 삶의 질과 밀접한 문제가 있어요. 질이 느슨해지면서 방광이 밑으로 처져서 만져지거나 잠자리를 할 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든지 해서 성생활에도 자신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흔히 출산으로 많이 발생하는 복압성 요실금은 약물로는 치료가 어렵다. 줄넘기를 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 등 배에 힘이 들어가 복압이 올라가는 순간 반복적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전반적으로 생활에 자신감도 떨어지게 된다.
"요실금 수술로 부부관계 만족도가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소변이 새는 문제로 인한 걱정이 없기 때문에 부부간 성생활도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쁜이수술이라 불리는 질벽협착술은 느슨해진 질벽을 좁히면서 교정을 하는 것인데 1년 안에 50%가 재발할 정도로 효과가 오래 유지되지 않아요. 수술을 통해 식스팩을 가졌다고 해도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다시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최근 요실금 수술은 소변이 새지 않도록 받쳐주는 테이프 같은 보조 장치를 넣는 TOT시술을 통해 치료합니다. 요도괄약근 주변을 지지하는 간단한 테이프 형태의 보형물을 삽입하는 거죠. 시술 시간은 5~10분 정도로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한 시술로 수면 마취를 통해 진행됩니다. 시술 후 통증이 거의 없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재발율이 매우 낮은 것도 장점이고요. 요실금 수술 여부는 본인이 얼마나 불편함을 느끼는지가 중요한 문제에요. 삶의 질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수술 안 하고도 살 수 있다면 참고 사는 것이지만 개인위생이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요실금 치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상태가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케겔 운동으로도 좋아질 수 있어요. 평소에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 골반 근육은 방광 아랫부분과 자궁, 질, 직장을 지탱하는 근육으로 대소변이 새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바닥에 똑바로 누워 양다리를 어깨 넓이만큼 벌린 다음 아랫배와 다리에 힘을 빼고 항문을 10초간 조였다 천천히 풀어주는 과정을 1회씩 하루 세 번 정도 반복하면 됩니다. 엉덩이를 들썩이면 안 되고 안에서 질만 조이는 느낌으로 해야 효과가 있으니 명심하세요."
◆ 골반 근육 운동(케겔 운동)
골반 근육 운동이란 기침, 재채기, 뜀뛰기 등 복압이 증가될 때 소변을 흘리게 되는 복압성 요실금이 있는 사람에게 약해진 골반 근육을 강화시켜 요실금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운동이다.
◆ 운동법
1. 항문을 꼭 오므리고 그 상태로 10초 이상을 유지한다.
2. 오므렸던 항문을 서서히 펴고 몇 초간 쉰다.
3. 이어서 1초 간격으로 항문을 오므렸다 폈다를 3회 연속 반복한 후 몇 초간 쉰다.
※ 위 운동을 하루 30회, 오전, 오후, 잠자기 전 각 10회씩 나누어 실시한다.
◆ 주의사항
1. 운동을 할 때는 배나 엉덩이, 허벅지에 힘을 주지 않고 항문을 오므려야 한다.
2. 운동은 매일 규칙적으로 6개월 정도 해야 효과가 있다.
3. 복압성 요실금이 있다면 기침, 재채기, 뜀뛰기, 걷기, 무거운 것 들기, 앉았다 일어나기 전에 먼저 항문을 오므려 요실금을 예방한다.
4. 밤에 자다 소변을 본다면 오전에 수분 섭취를 많이 하고 오후에는 수분 섭취를 줄인다.
5. 커피, 홍차, 코코아, 콜라, 초콜릿, 술 등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을 피한다.
◆ 요실금 더 이상 참지 마세요
요실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어 나오는 증상으로, 그 자체만으로는 건강에 심각한 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요실금이라는 질병으로 인한 수치심과 언제 샐지 모르는 통에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며, 성관계시에도 소변이 샐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뿐 아니라 사회생활 또한 제대로 하지 못해 자신감을 잃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게 된다.
◆ TIP 간단히 체크하는 요실금 자가 진단법
- 화장실 도착 전에 소변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 소변이 마렵기 시작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마렵다.
- 소변이 자주 마려우며 참기 어렵다.
- 기침, 재채기 등을 할 때 소변을 흘린다.
- 소변을 보아도 시원하지 않다.
- 운동하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등 몸의 자세를 바꿀 때 소변을 흘린다.
※ 이중 두 개 이상에 해당하면 요실금을 의심하고 내원해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위 기사는 [매거진 키즈맘] 10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