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호주의 임신부 케이티는 임신 6개월 만에 미숙아 쌍둥이를 낳았다. 딸은 건강했지만 아들 제이미는 호흡곤란으로 의료진은 제이미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케이티는 이미 호흡을 멈춘 제이미를 품에 안고 "사랑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품에 안은지 두시간이 지나자 제이미는 다시 호흡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사례에서도 보여지듯이 캥거루케어는 '엄마 품의 기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캥거루 케어는 엄마가 신생아를 가슴에 품고 서로의 피부를 접촉시키는 육아법이다. 엄마의 품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며 갓 태어난 신생아의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1978년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병원에서 처음 시행됐다. 당시 신생아 감염·사망이 빈번했으나 인큐베이터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안으로 엄마의 가슴에 아기를 올려놓고 돌본 것이 캥거루 케어의 시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는 "엄마의 품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며 "캥거루 케어의 의학적 효과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점점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캥거루케어학회는 만삭아의 경우 생후 3개월, 미숙아는 생후 1년까지 캥거루 케어를 권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이경 교수는 "미숙아는 물론 저체중으로 태어났거나 만삭아지만 신체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경우에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강남세브란스병원 김미경 간호과장은 "미국에서는 미숙아의 90%가 캥거루 케어를 받을 정도로 활발하게 응용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비용·인력·공간 문제로 30%에 머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캥거루 케어 한 미숙아, 패혈증 발생률 0%
캥거루 케어의 대표적인 효과는 면역력 증가다. 미숙아는 모든 신체 장기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 면역력이 약하고, 각종 질환과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 캥거루 케어는 아기의 특수감각섬유를 자극시켜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은 평온함·행복감·안정감을 유발하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티졸의 농도를 떨어뜨린다.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는 "옥시토신이 아기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며 면역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면역력 증가는 감염 예방효과로 이어진다. 캥거루 케어를 시행한 아이가 감염·패혈증(미생물에 감염돼 나타나는 염증 반응) 발생 위험이 42% 감소했다는 해외 보고가 있다. 실제 강남세브란브병원은 지난 2012년부터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미숙아 45명을 대상으로 패혈증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일반 미숙아의 패혈증 발생률은 12%인 반면, 캥거루 케어를 한 미숙아는 0%를 기록했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유대감도 훨씬 높인다. 성태정 교수는" 엄마와 접촉하면서 아기가 긍정적인 자극과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큐베이터에서 버둥대던 아이도 엄마 품에 안기면 금세 깊은 잠에 빠진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산모의 죄책감·산후우울증에도 효과적
미숙아를 출산한 산모의 공통점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다. 캥거루 케어를 하면 자신이 아이한테 뭐라도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정서적으로 조금씩 치유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조사 결과, 캥거루 케어시행 후 산모의 행복감은 30%에서 95%로 크게 증가한 반면 우울감은 70%에서 5%로 감소했다.
모유 수유가 원활해지는 효과도 있다. 성 교수는 "엄마들의 옥시토신 분비가 활발해지고, 유선이 자극되면서 젖이 잘 돈다"고 말했다. 산모가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면서 젖 분비가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32주 미만의 미숙아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땐 오히려 해로울 수 있고 혈압이 비정상이거나 염증·감염 증상이 있으면 피해야 한다.
키즈맘 신세아 기자 bjyanche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