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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을 고를 때 누군가 우리에게 피부타입을 물어보면 쉽게 대답을 할 수 있다.
“전 좀 건성이라서 얼굴이 금방 건조해지고, 당기더라구요.”
“전 복합성이라서 어떤 부분은 건조하고 어떤 부분은 피지가 많이 생겨요.”
“저는 지성피부라서 자주 번들거리니까 유분이 없는 제품이 좋더라구요."
다들, 자신의 피부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누가 지금 '당신의 육아타입은 어떤가요?' 하고 묻는다면?
다들 순간 당황할 것이다.
한 동안 피부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다. 얼굴에 계속 트러블이 생겼다. 피부과도 가보고, 좋다는 화장품은 다 써본 것 같다. 그렇게 내 피부의 타입과 피부의 문제를 연구하던 끝에 남들에게 잘 맞는 화장품들도 나에겐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친구들이 극찬을 하던 비싼 마스크 팩도 내 피부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을 최소화했더니 피부상태가 나아졌다. 요즘 나는 스킨과 수분크림 하나만 간단하게 바른다. 나의 피부타입과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알아내는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듯하다.
오늘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피부타입을 알아차리는데도 이렇게 시간을 들이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데,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나는 과연 얼마만큼 노력과 시간을 투자 하고 있는 걸까.
과연, 나는 육아에 있어서 어떤 타입일까?
육아를 위해 수많은 정보를 모으며 공부를 아끼지 않는 '지성(知性)'타입의 엄마?
아이와 적당히 서로의 시간을 편하게 채워가는 '건성(?)'타입?
아니면, 이 두 가지 노선의 중도를 지키는 '중복합성' 엄마인가?
옛날, 어느 나라에 소문난 정원사가 있었다. 다 죽어 가는 나무도 살려 낸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 임금님은 그의 실력이 궁금해졌다. 임금님은 정원사를 불러 궁궐 마당에서 말라 가고 있는 나무 한 그루를 골라 살려 내 보라고 했다. 정원사는 사흘이고 나흘이고 그 나무만 들여다보았다.
임금님은 궁금하여 밖을 내다보았다. “아니, 저 정원사는 왜 빨리 나무를 치료하지 않고 들여다보기만 하는 거지?” 정원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 나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정원사는 그 나무를 햇볕이 잘 쪼이는 비탈진 곳으로 옮겼다. 물은 한두 번밖에 주지 않았다.‘ 서너 달이 지나자 나무에서는 파란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임금님이 도대체 어떻게 이 나무를 살릴 수 있었느냐고 묻자 정원사는 대답했다.
“저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를 많이 열리게 할 힘은 없습니다. 오직 나무의 성질을 잘 살펴보고 그 나무가 그늘을 좋아하면 그늘진 곳에, 물을 좋아하면 물이 많은 곳에 심어 줄 뿐입니다. 제가 며칠간 살펴보았더니 이 나무는 물을 좋아하기는 하나 너무 많은 것을 싫어하였습니다. 밤이 되어 온도가 낮아지면 물의 온도가 낮아져서 나무가 괴로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비탈진 곳에 심어 물이 잘 빠지도록 해 주었을 뿐입니다. 그 자리에 그냥 두려고 보니, 깊은 곳에 넓은 바위가 있어 크게 자라지 못할 것 같아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음! 그러니까 나무가 바라는 대로 해 준다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밤중에도 나무 옆을 지키며 나무를 안아 보고 온도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살폈던 것입니다.”
“알겠다. 세상 모든 이치가 다 그러할 것 같다. 지금부터는 궁궐에서 나를 좀 가르쳐 다오. 내가 선생님으로 모시겠다.”
그 후, 정원사는 임금님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첫째 아이의 국어책에 나오는 이 글을 읽다가 나의 육아와 교육방법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다.
남들이 추천한다고 괜히 비싼 교구며, 전집 책들을 사서 어린 아이에게 일찍부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만 준 건 아니었을까? 사회성을 키워보겠다고 괜히 이곳저곳 데리고 다녀서 아이의 체력만 고갈시켰던 건 아니었을까? 정말로 아이가 바라는 건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한 건 과도한 ‘지식 영양크림’이나, ‘학습 마스크 팩’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엄마표 ‘사랑 스킨’과 ‘관심 로션’ 정도가 아닐까?
잡티 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의 소중한 ‘내일’을 위해, 지금은 내 아이와 나를 천천히 들여다 볼 때인 것 같다.
이지원 < 교육 컬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