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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낳아도 괜찮을까?”
"우리 애한테 평생 친구가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내가 죽고 나면 누가 그 애 옆에 있어주지?"
아이를 낳은 부모라면 한번쯤은 이처럼 둘째에 대한 고민을 해 본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를 한 명만 둔 직장맘 10명 중 7명은 둘째를 낳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정원·유해미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 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둘째를 낳겠느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 직장맘 259명 중 67.6%인 175명이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일과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 경제적인 부담 등이 둘째를 낳지 않는 이유였다.
첫째 아이를 낳고 '둘째 낳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를 생각하면 형제자매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활동을 생각하면 안 낳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 같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고민되는 부분은 외동아이의 정서와 사회성에 관한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들.
외동아이, 정말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이기적이며, 사회성도 떨어질까?
2010년 <타임>지 커버스토리로 다뤄지며 미국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로렌 샌들러의 《똑똑한 부모는 하나만 낳는다》가 책으로 출간됐다. ‘외동은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라는 편견에 맞서 우리가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과 달리 그들은 괜찮고, 때로는 형제가 있는 아이들보다 더 잘 자란다고 주장한 이 칼럼은 이후 엄마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하나의 아이를 가질 권리’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고 책으로까지 출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심리학자들이 풀어낸 외동아이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 문제를 풀어낸 책은 없었다. 저자는 외동이 된다는 것과 외동의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시대에 따라 바뀐 인식의 변화를 토대로 살펴보고 외동아이와 관련된 불안감, 의구심, 잘못된 정보, 편견 등을 학계의 연구 결과와 케이스 스터디,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목조목 따져본다. 부부관계와 섹스의 문제, 아이를 하나 이상 갖는 것의 사회 ․ 경제적 비용에 대한 논의까지 끌어내 매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고민까지 담아냈다.
“500건이 넘는 연구 결과가 외동아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엄마들이 둘째를 고민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외동아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내 아이가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이기적이며, 사회부적응자가 될까봐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난 한 세기 동안 이루어진 500건이 넘는 연구 결과들이 모두 외동아이는 괜찮고, 때로는 형제가 있는 아이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거의 최초로 외동아이의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 20세기 초반 노먼 펜턴의 연구는 흔히 외동에게 부족한 것으로 여겨지는 관대함과 사회성이 오히려 형제가 있는 아이들보다 높고, 신뢰성, 자발성, 리더십, 자신감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앤 레이본도 외동아이의 사회적 수행도가 두 자녀 가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의 편견을 깨뜨리는 연구 결과들이다.
외동아이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텍사스대학교의 토니 팔보는 아예 몇 십 년간 실시된 500건 이상의 연구를 분석해 외동아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리더십, 성숙도, 외향성, 사회성, 유연성, 안정성 등 16가지 속성을 분석해 외동아이가 형제가 있는 아이만큼 점수가 좋고, 성취동기와 자존감에서는 형제가 있는 아이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 11~19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외동은 그동안의 고정관념과 달리 더 자율적이고 포부와 동기의 수준이 높으며 정체성도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동아이가 더 크게 성공하는 몇 가지 이유”
이 책은 외동아이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외동아이가 학교와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더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의 1353개 고등학교 44만 명의 학생을 서른 살까지 추적한 연구인 ‘탤런트 연구’에서는 외동이 형제가 있는 아이들보다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그 근거는 UCLA 블레이크 교수가 제시한 ‘자원 희석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부모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자녀는 부모의 자원을 희석하며 성장하는데, 자녀가 하나뿐이라면 그 모든 자원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비의 집중이라는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부모에게 직접 듣는 낱말 수와도 연관되어 있다. 동생이 생길 때마다 부모로부터 듣는 낱말 수는 줄어드는데 외동아이는 그 모든 것을 독점하는 덕분에 지능지수가 좀 더 높게 나온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1자녀 정책을 시행하는 중국의 경우 60퍼센트의 부모들이 정책과 상관없이 외동을 둔다고 답했다. 그들이 말한 이유로는 임금, 주택 등의 경제적인 이유와 일, 육아라는 경력 단절의 문제가 컸다. 경쟁이 심화된 현대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더 확실한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미시간대학교 프랭크 스태퍼드의 연구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삶을 수량화하는 연구를 통해 아이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1년에 120시간 정도의 가사노동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부모가 슈퍼맨이 아니라면 아이가 둘일 때보다 하나일 때 더 많은 애착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를 위한 둘째는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가가 중요하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병원을 찾는 부모들도 종종 외동아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말한다. 대부분 본인을 자책하거나 아이에게 미안해하는데 손 원장은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회생활의 적응 여부를 결정짓는 데는 외동아이로 자랐느냐 아니었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나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둘째를 낳지 않아 지금 내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둘째는 아이의 삶만이 아니라 부모 자신들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내가 둘째를 원하는지, 선택에 따른 대가는 무엇인지, 그래서 결국 나와 아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두려움이나 죄책감에 끌린 양육은 아이를 망친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듦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첫째 아이를 위해서, 혹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둘째를 망설이고 있다면 이제는 스스로 선택해 엄마가 되어야 하고, 외동 하나여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젠 고정관념이 아닌 엄마의 현실에 맞춘 인생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마땅할 때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