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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맘' 이지원이 제안하는 감성 교육] 놀이동산보다 즐거운 미술관 놀이
입력 2015-07-15 09:22:08 수정 2015-07-16 09: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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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키즈까페와 놀이동산에 가서 놀아줘야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각종 간식들을 든든하게 챙겨 수많은 인파를 뚫고 다녀온 후 피곤에 지쳐서 결국 아이를 잡기 일쑤다.

‘비싼 입장료 내고 아이를 위해 열심히 데리고 다니고 하루 종일 놀아줬는데, 왜 아이는 내 말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는 걸까?’

아이를 키우면서 늘 생각하는 거지만, 초보 엄마들의 육아의 적은 ‘본전심리’다. 내가 아이를 위해 이 비싼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아이는 그다지 달라진 게 없을 때 느끼는 실망감이랄까?

이럴 땐 돈과 힘을 조금만 덜 들이면 편해진다. 엄마도 최대한 힘들지 않은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아이와 나의 관계 유지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이다.

첫째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에 가기 시작했다.

사람도 북적이지 않고, 대부분 쾌적하고 넓은 공간이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지루할 수 있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반가운 공간이 될 리 없다.

“엄마, 심심해” 하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내 손을 끌고 입구를 찾기를 여러 번.

한 번, 두 번, 세 번…미술관의 분위기에 조금씩 적응 시켜나갔다. 처음에는 무료로 구경할 수 있는 상설 미술관을 자주 찾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있는 어린이 미술관이나 기획전시를 함께 다녔다. 어느 순간, 그림에 관심 없던 아이가 작품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놀이를 제안했다.

“우리, ‘제목 지어주기’ 놀이할까?”

한참 언어가 확장되는 시기라서 아이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게 뭔데?”

“엄마가 먼저 할게.”

나는 최대한 단순해 보이는 그림을 찾았다.

잠시 후, 아이 손을 이끌고, 물방울 모양이 가득한 현대미술 작품 앞에 섰다.

“춤추는 물방울! 이거 어때?”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내저으며, 작품을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엄마, 난 이 그림을 ‘반짝 반짝 작은 동그라미‘라고 할래요“ 라고 외쳤다.

기대 이상의 대답이었다. 옆에 있던, 욕심 많은 둘째 아이도 질세라 거들었다.

“엄마, 난 이 그림이 ‘비눗방울 놀이’ 같아.”

그 순간, 지루했던 미술관은 아이의 상상력이 열리는 공간이 되었다.

미술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제목은 바로 ‘무제 (Untitled)’다.

“엄마, 무제가 뭐야?”

“응. 제목이 없다는 뜻이야.”

“왜 이 사람은 제목을 안 만들었어?”

“제목 짓는 게 무척 어려웠나봐. 우리가 멋진 제목 지어주자. 어때?“

“좋아! 난 이 그림 색깔이 알록달록 예쁘니까, ‘무지개 나라’라고 할래.”

“무지개 나라? 그거 참 좋다.”

물론, 늘 아이가 근사한 대답만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그림의 이미지와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 ‘도깨비 뿔’이라든지. ‘엉망진창 아저씨’ 등. 하지만, 아이가 이해하기 힘든 미술 작품 앞에서 눈빛을 반짝이며 제목을 지어보려고 애쓰는 표정을 지켜보면 얼마나 진지한지 놀랄 것이다.

누구나 말을 배울 때 많이 들려줘야 한다고 한다. 한국어든 영어든 귀가 열려야, 입이 열린다.

그림도 똑같다. 아이에게 무작정 크레파스와 색연필의 쥐어주기 전에,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통해 ‘눈이 열리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가끔은 복잡한 놀이동산 대신 한적한 미술관에서 아이와 즐겁게 노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은 미술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지나가는 ‘간판 제목 바꾸기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알뜰 슈퍼마켓’는 ‘씽씽 슈퍼마켓’으로, ‘뷰티 화장품 가게’는 ‘신데렐라 화장품 가게’로 변신시켜주면서 말이다.


[아이와 함께 가 볼만한 미술관]

국립 현대 미술관 어린이 미술관 02) 2188-6000
경기도 미술관 어린이 꿈틀 031) 481-7057
헬로우 뮤지엄 어린이 미술관 02) 562-4420
에땅 어린이 미술관 031) 704-3449
상상톡톡 미술관 02) 2289-5443
가나 어린이미술관 031) 877-0500
인사동 트릭아트 뮤지엄 02) 2034-0601


이지원 <교육 칼럼리스트>
입력 2015-07-15 09:22:08 수정 2015-07-16 09:30:14

#산업 , #생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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