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진도 부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상당수의 승객들이 미처 여객선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침몰돼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특히 꽃다운 나이에 사고를 당한 수백 명의 고등학생이 실종돼 비통할 뿐이다. TV에서는 끊임없이 뉴스 특보가 방영되고, 드라마는 물론 예능들이 결방되다보니 아이들도 평소와 다른 사회 분위기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 온 국민을 충격에 빠지게 한 대형 사고 소식을 아이에게 어떻게 전할지 고민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질이 예민한 아이라면 마음의 준비 없이 나쁜 소식을 접하면 심한 충격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변의 소식이나 정보를 모두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밖에 조부모의 죽음, 엄마아빠의 이혼 등 아이가 곧 알게 될 일이거나 생활의 변화라면 나쁜 소식이라도 알려주는 것이 좋은데, 그로 인해 아이가 겪을 수 있는 힘든 상황을 도와줄 수 있는지 부모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이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를 위해 리치(R.I.C.H) 기법을 기억하자.
감정 존중(R. Respect), 정확한 정보(I. Information), 정서적 유대(C. Connection), 희망(H. Hope)의 4단계를 통해 아이에게 나쁜 소식을 설명하는 것. 아이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리치 기법의 구체적 방법은 다음과 같다.
‘넌 아직 어려서 이해하지 못해’, ‘넌 몰라도 돼’라는 말로 감정을 무시하면 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지금 감지한 우울한 감정만으로 힘든데,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외로움과 두려움에 빠질 수 있다. 때문에 ‘너도 우울하구나’, ‘많이 힘들구나’와 같은 말로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부모의 부정적, 또는 희망적인 감정을 배재하고 현재 사실 위주로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 그 다음 지금 이 위기나 어려움을 엄마, 아빠와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말로 용기를 북돋아준다. 마지막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에게 ‘큰일 났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 대신 ‘우리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넨다.
How to do
부모의 이혼 아이에게는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므로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며 아이를 안심시키도록 한다. 5세 미만의 아이라면 ‘비록 떨어져 살아도 언제든지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다’, ‘엄마, 아빠는 늘 너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6세 이상의 아이라면 ‘부모 중 한명이 함께 살지 못하는 것 이외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혼 사실을 아이에게 전하며 슬픈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보여도 안 된다. 아이가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인의 죽음 10세 미만의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고, 4~5세의 아이라면 오랫동안 못 보는 정도로만 이해한다. 함께 살지 않거나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실을 일부러 전할 필요는 없다. 아이 입장에서는 떨어져 지내던 조부모보다 함께 살던 강아지의 죽음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사실을 알렸다면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라고 마음속으로 빌어주자’고 말한다. 죽음을 잠에 비유하면 아이가 잠을 자다 다시 깨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두려워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경제적 어려움 아이에게 돈 이야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5세 이상의 아이라면 경제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친구집과 다른 환경을 비교한다면 ‘엄마 아빠가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친구집처럼 좋은 환경에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왔다면 돈이 부족해 곤란해진 부모의 상황을 이해시키고,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려주도록 한다. 예를 들어 고가의 학원을 그만 둬야하는 상황이라면 ‘엄마, 아빠가 가진 돈으로는 지금 다니는 학원에 다닐 수 없으니 이달부터는 다른 곳에 다니자’라고 포기가 아닌 변화일 뿐임을 알려준다.
이서연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