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거슬리는 여섯 살 아이의 반칙 습관
영우는 게임을 하다가 자신이 승부에서 질 것 같은 상황이 되면 반칙을 일삼는다. 주사위에 4가 나와도 모른척하고 6칸을 가버리는 식이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다가 영우 엄마도 결국 화가나 “네가 계속 반칙하면 다시는 너랑 게임 안 하겠다”고 자리를 떠버리게 된다. 엄마가 자리를 떠버리면 한창 놀이에 몰입되어 있던 영우는 기분이 상해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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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네와 같이 아이와 기분 좋게 놀아주려던 놀이가 화내고 짜증내면서 끝나는 경우는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 부모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부모가 돼서 아이가 몰래 반칙하는 것을 못 본 척 할 수는 없잖아?’, ‘몇 번 봐주면 반칙을 해서라도 이기면 된다고 생각할 텐데 나중에 더 큰 일이 생기기 전에 제대로 가르쳐야지’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 보면 ‘아이와 서로 울고 화내느니 이럴 거면 아예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하나?’ 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게도 된다.
그러나 심리상담 전문가 박혜원 연우심리상담소장은 엄마가 만일 아이의 연령에 맞는 심리적 발달단계를 알고 있었다면 심경이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영우의 나이는 여섯 살. 여섯 살이란 나이는 아이들의 발달단계상으로 볼 때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시기다. 언제나 자신이 먼저고, 자신이 어디서나 최고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이런 생각을 가진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게임에서 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발달단계에 의하면 아이의 이런 ‘반칙’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들과 놀이를 할 때에는 되도록 아이가 이기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는 지는 것을 수용할 수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패배’,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여섯 살이 지나 일곱 살이 되면 아이들은 조금 더 성숙해진다. 여전히 자신이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이제는 규칙을 조금씩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이들은 승부에서 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스스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는 여덟 살 무렵부터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인 여덟 살 아이는 규칙을 수용할 줄 알게 된다. 또 설령 지더라도 게임 자체를 즐길 줄 알게 된다. 여섯 살 때처럼 막무가내로 굴거나 억지를 부리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아이마다 신체 발육 속도가 다른 것처럼, 심리 발달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여덟 살이라도 아이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아이들이 패배라는 개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간혹 부모들 가운데는 이 준비기간을 주지 않고 여덟 살이 되기도 전에 어른들의 가치 판단 기준에 맞게 ‘정정당당’하라고 가르치는 이들도 있다. 게임도 정정당당해야 한다며 여섯 살 아이와 놀면서도 기어이 아이를 이겨 울리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자꾸 여섯 살 아이에게 패배의 경험을 심어주면 여덟 살이 되어서도 패배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일 여섯 살 영우에게 게임 규칙을 바꿔서 이겼다며 ‘양심 없는 아이’라고 자꾸 혼낸다면 영우는 여덟 살이 되어도 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발달은 마치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도덕적 잣대를 어린 아이에게 적용하기 보다는 반드시 내 아이의 발달단계가 어디인지 확인한 후 감안해서 이해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모든 아이들은 반드시 나이에 맞는, 심리적 발달 상태에 맞는 양육 방식이 필요하다. 반칙을 해서라도 반드시 이겨본 여섯 살 아이가 규칙을 지키면서 이기는 일곱 살로 자라고, 규칙은 지키지만 지고는 못 끝내는 일곱 살이 지더라도 화내지 않는 여덟 살로 자랄 수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기간을 거친 아이들은 언젠가 세상에 나가 어쩔 수 없이 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패배를 깨끗이 수용하는 건강한 어른이 된다.
강은진 객원기자
도움말 및 참고도서/ 박혜원 연우심리상담소장 (말 안 듣는 아이들의 숨은 비밀/ 아주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