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 한가지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성공한 여성들은 일과 자녀교육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신간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지식너머)>의 발간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저자 김보영 아나운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엄마들의 이야기가 자신과 같은 워킹맘들에게, 경력단절을 딛고 일어서려는 수많은 전업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엄마들은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혹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손을 빌어 아이를 양육했다. 가까이에서 매일같이 아이를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고, 그래서 가끔은 남몰래 가슴을 치고 울어야 했던 날들도 있었다. 사춘기를 호되게 겪는 아이들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를 껴안으며 눈물을 삼키기도 했단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 늘 꿈을 꾸는 엄마를 바라보며 듬직하게 자라줬다. 심지어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모습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길을 주도적으로 선택해왔다.
워킹맘 vs 전업맘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엄마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라는 명제로 귀결된다.
워킹맘을 선택하자니 엄마를 절대적으로 원하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고, 전업맘으로 눌러 앉으려니 늘 꿈꾸던 당당한 여자로서의 미래가 아예 사라지는 것 같아 불안감이 고조된다.
두 딸 솔이와 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김보영 아나운서는 ‘성공한 여성들은 어떻게 자녀를 길렀을까?’라는 질문으로 11명의 엄마들을 만났고, 그 진솔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책에 실린 11명의 엄마들은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치면서 아이를 길렀으며, 가장 중요한 자녀교육 원칙은 “아이 편에 서서 생각하고, 그 아이를 온전히 믿어주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여기 담겨 있는 엄마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선택해 고독한 워킹맘의 길을 걷고 있을 또 다른 여성들에게 큰 위안으로 다가간다.
이웃 엄마들과 다른 자기만의 원칙으로 아이를 길러왔고,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 늘 애써왔다는 11명의 주인공. 덕분에 그녀들은 자녀와 가장 친한 친구처럼, 가끔은 경쟁자나 조력자처럼 서로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는 중이다.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아이들에게 엄마란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 할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일 뿐이다. 해서 이 책에서는 애써 새로운 엄마의 표본을 찾는 대신 아이가 자라는 모든 순간을 함께 즐기는 엄마가 되길 당부하고 있다. 애매한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고, 당신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엄마라고 넌지시 말해준다.
< 엄마가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는 방법 >
(1) 누가 뭐래도 아이의 편에서 생각하라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방법, 엄마가 아닌 아이 입장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표엄마 11인 역시 처음부터 이 원칙을 고수하며 아이를 길렀던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와 늘 붙어있을 수 없고, 엄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을 바에야 아이가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지켜봐주는 게 가장 현명한 교육이라는 것을 깨달아갔다. 힘을 빼고 듣는 엄마, 기다리는 엄마가 되자 아이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누림과 동시에 책임을 지는 인성을 갖춰갔고, 엄마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 부모와 비밀이 없을 정도로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해갔다.
(2) 엄마가 먼저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들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꿈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엄마처럼 즐겁게 살려면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일을 해야 평생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인생에서 공짜로 오는 기회는 별로 없구나 등의 가치를 깨달은 아이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고, 학습에 대한 동기를 누군가 심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엄마들은 아이를 향한 잔소리를 자연스럽게 줄여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와 아이는 함께 공부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3) 쾌적하고 긍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라
엄마들의 아이 바라기 원칙이 때론 아이에게 부담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희생을 시작하는 엄마들은 단 한 명도 없겠지만, 때때로 양육에 대한 본인의 열정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느낄 때 많은 엄마들은 공허함에 사로잡힌다. 이런 부정적인 느낌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전달되기 일쑤다. 엄마가 가진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는 게 필요한 이유도 이와 같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서는 엄마들에게 어떤 선택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지 빨리 답을 찾으라고 제시한다. 일을 그만두고 아이와 집안을 완벽하게 돌봤을 때 성취감이 크다면 전업맘의 길을, 아이의 알림장 체크가 좀 늦더라도 내가 일을 하고 있을 때 더 행복하다면 워킹맘으로서의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다.
인터뷰이 중 한명이었던 현대차그룹 첫 여성 임원 김혜경 전무는 "어릴 때부터 늘 얘기했어요. 누가 뭐라 해도 너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일을 하라고. 진심으로 아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설령 그 일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보수가 적더라도,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다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라면서 늦게까지 야근을 해도 행복하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줬다. 아이는 그 모습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