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움직이는 PC인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대중화는 아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울고 떼쓰거나 시끄럽게 노는 아이를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 스마트폰이라는 ‘무기’를 아이 손에 쥐어주는 것. 집에서 보여주는 TV나 DVD 역시 장시간 노출될 때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성장기에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디지털 자극을 자주 접하면 뇌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인지 및 정서 능력을 높이는 데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끼고 살면 청소년기가 되어 인터넷 및 게임 중독, 또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연결될 위험성도 커진다. ADHD 인자를 가진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움을 쫓는 성향이 강한데, 디지털 기기와 같은 자극이 강한 매체는 이를 강화시킬 수 있다.
우선 디지털 기기는 일방적인 반복 자극이 대부분이라 좌뇌만 발달시킬 위험이 크다. 너무 어린 나이에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면 뇌의 균형이 깨져 자율신경계에 악영향을 준다. 안양에 사는 다섯 살배기 여자아이인 지수가 그런 사례다. 지수는 유치원에 다녀온 다음부터 오후 내내 엄마를 졸졸 쫓아다니며 “아빠 언제 와?”하고 묻는다. 아빠가 보고 싶어 기다리는 게 아니다. 아빠가 쓰는 태블릿PC를 가지고 놀고 싶어서이다. 지수는 태블릿PC의 앱을 통해 ‘뽀로로’나 ‘뿡뿡이’ 같은 캐릭터와 노는 데 익숙해졌다. 부모들은 유아용 앱의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 효과에 아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처음에는 해당 앱의 인기 캐릭터에 관심을 보이지만, 결국에는 영상과 소리 자극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렇게 돌 이전부터 하루 2시간씩 디지털 자극에 노출된 아이들은 점점 중독이 되고, 의사소통 및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른 나이에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면 아이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2세 미만의 아이는 절대로 TV를 봐서는 안 된다’고 강력한 권고문을 발표하기도 했고, 부모가 의사를 찾아갈 때 아이의 병력과 함께 TV·인터넷 등의 접촉 경력도 함께 말해야 한다. 또한 생후 1년에서 3년 사이에 TV를 장기간 시청한 아이들은 만 7세가 되었을 때 주의력결핍의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정신과적인 ADHD 진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중력 부족으로 학습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급속히 보급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TV보다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6년간 ADHD 진료 환자가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증상을 가져다준다. 우선 두 눈은 경직된 상태로 움직이는 화면을 응시하게 된다. 뇌는 단편적이고 연상적인 사고처리를 위해서만 활성화되며 심지어 아직 발달 중인 뇌의 미세 신경회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는 곧 뇌가 활동적이고 창조적인 생각보다 이러한 종류의 사고처리에 적합한 도구로만 발달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갖고 놀 때 디지털 기기 앞에서 가만히 앉아있기 때문에 이용 후 의욕이 없거나 따분해하거나, 안절부절 못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언어 발달에도 비효율적이다. 언어는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효과적인데,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다보면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서툴게 된다. 동시에 애착형성의 기회도 줄기 때문에 아이의 정서발달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24개월 이전에는 TV를 보여주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모든 디지털 기기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24개월 이후에 디지털 미디어를 접하게 하고 한번에 30분을 넘기지 않고, 하루 총 1시간 이내로만 보여주라고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TV를 보여주거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었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볼지 함께 상의하고 접촉 시간을 미리 약속하도록 한다. 또한 부모도 최소한 아이가 무슨 프로그램을 접했는지 알아야하며 본 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아직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충분히 소화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기기들을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따로 두어 특정 물건은 어른들만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도움말 김영훈(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서연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