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진씨, '열정樂서' 토크콘서트 강연
"SM 연습생을 그만두게 된 이유요. 연습생 생활과 공부 모두 완벽한 장하진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둘 다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람은 누구나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오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공부'를 택했어요."
국내 톱가수를 줄줄이 배출해낸 SM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에서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장하진씨의 말에 중학생 3000명의 이목이 집중됐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삼성 토크콘서트 '열정樂서'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드림클래스 겨울 캠프에 참가하는 전국 읍·면·도지역 중학생과 대학생 강사들이 모였다.
장 씨는 이날 '네 마음의 소리를 들어봐'라는 주제로 '본능'이 이끄는 삶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어렸을때 부터 2가지 큰 본능이 있었다"며 "무대, 그리고 공부 본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진씨는 여섯 살 때 유치원에서 그때 당시 유행했던 팝송 '마카레나'의 안무를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면서 무대에 올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희열을 맛봤다고 했다.
그는 "무대를 마치면 항상 피드백으로 '칭찬'이 왔다"며 "그 칭찬 때문에 계속 무대를 꿈꾸며 SM 전국구 오디션에도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참가했던 오디션은 현재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고아라, 그룹 동방신기, 소녀시대 태연, 유리 등을 배출해냈기도 했다.
결국 오디션에서 캐스팅 돼 중학교 3학년 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장 씨는 'SM 연습생' 출신임을 믿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미스에이의 'HUSH' 등에 맞춰 녹슬지 않은 댄스 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무대 준비도 재미삼아 하지 않고 '덤비듯 달려들었'다는 그. 공부에도 욕심이 대단했다. 장하진씨는 "연습생 이전부터 공부를 좋아했다"며 "초등학교 선생님이 '수학괴물'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의 칭찬에 만족해하지 않고, 되려 자극을 받아 더 몰두했다고 한다. "새로운 것은 바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장씨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왔다. 다시 그의 말이다.
"당시 집이 일산이었고 회사가 압구정이었는데, 왕복 3~4시간 걸렸다. 처음에는 밤 10시에 집에 돌아가면서 전철에서 공부하는것도 행복했다. 그러나 점점 체력적 한계와 시간 부족을 체감하게 됐다. 성적 또한 하향세 였고 춤도 시켜서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된 것."
다시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간 하진씨는 공부에 매진했다. 그는 "다시 생각해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하진씨의 공부비법은 바로 '질문수첩'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항상 이 수첩에 적어 두었다가 교무실에 달려가 궁금증을 해결했다. 주말이면 학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다고.
그는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장 씨는 "선생님들은 기본적으로 질문 많이 하는 학생을 좋아한다"며 "제자들의 질문에 따라 수업 방향을 맞추고 준비하신다. 실제로 한 성샌님은 '하진아 항상 고마워, 너때문에 수업 준비 한다'고 말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공부에 '올인'한 하진씨는 그렇다고 '무대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2010년 카이스트 입학 후에도 교내 홍보대사, 댄스 동아리 등으로 활동하면서 본인의 기량을 펼쳤다.
장 씨는 "좋아하는 걸 굳이 포기할 필요는 없다"며 "여러분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나의 본능은 무엇인지 깨닫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본능이 이끄는 만큼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포기하지 않고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조화롭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강연에 참석한 전남영광여자중학교 김소희(15·여) 학생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타지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며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개그맨 김기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개그맨 박성호 씨와 강북삼성병원 신영철 교수도 각각 '니들만 고민있냐', '넘어져도 괜찮다'라는 강연을 펼쳐 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키즈맘 김예랑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