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별로 신경 안 쓰였는데, 전혀 보채지 않는 신랑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분만 이후 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계속 생각이 난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주위에 물어보니 분만 장면을 지켜본 아빠들은 '이렇게 아내가 고생하겠구나. 더 잘해줘야지'하는 쪽과 '아내가 동물같다'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고 하더라구요.
사랑하는 감정은 있지만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남편이 이해는 가지만 너무 서운해서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저희 부부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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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류지원(미래아이 산부인과 원장) 최근에는 분만실에 남편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장려하는 추세입니다. 흔히들 출산 장면을 남편이 보면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분만실에서 허리 아래로는 천으로 가려 안보이게 하고 남편은 머리맡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분만장면은 보지 않습니다.
미리 산모교실 등을 통해 분만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산모를 안정시켜 줄 수 있어요. 병원 한번 같이 안오다가 막상 분만할 시기에 덜컥 분만실에 들어오면 도리어 산모보다 더 당황해 하는 아빠들도 간혹 있습니다. 분만의 순간에 아빠도 엄마와 함께 해야 서로에 대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아이에 대한 아빠의 애착도 강화되니 가족 분만을 꼭 하는게 좋아요.
◆최강현(부부행복연구원장) 부부상담을 하다보면 간혹 남편이 아내의 출산 장면을 목격하고 일종의 충격(?)을 받아 부부관계가 문제가 되는 경우를 봅니다. 요즘 아내의 출산을 돕거나 조력하는 남편의 모습은 참 보기 좋습니다.
그래도 남편의 성향에 따라 가족분만을 결정해야 합니다. 출산하는 아내를 보며 더 깊은 애정을 느끼는 남편이 있는 반면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남편이 충격을 받을 것 같다면 이를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남편이 출산에 참여하는 부분은 장단점이 있을 수 있고 사람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아빠의 의무라며 강제해서는 안되는 부분입니다.
◆이인철(변호사)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건만 결혼 이후 사이가 멀어지는 부부가 많습니다. 신혼초에는 금슬이 좋던 부부도 출산이후 급격히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 원인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남편이 아내의 임신과 출산과정을 지켜보면서 특히 가족분만을 직접 목격한 남편의 경우 아내와의 잠자리가 어려워졌다고 고백하는 남편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아이를 출산하는 어머니의 희생과 고통은 남자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아내의 그런 고통과 희생에 대해서 남편들은 잘 이해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내에게 서운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부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관계입니다. 부부간의 잠자리 문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시켜주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부부간의 잠자리 문제가 발생하면 결혼생활자체가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과정에서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했으면 합니다.
◆배정원(성전문가,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아기의 분만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고통을 함께 하고 분만중 힘든 아내를 격려하며 아기의 탄생을 함께 감사함으로 맞는 사실 꽤 위대한 순간이죠.
그러나 실제로 아기의 분만과정에 함께 한 남편들 중에는 분만중 아내의 괴로와 하는 모습이나 피 등의 환경에 무척 심약한 분들이 많습니다.
또 매월 월경을 통해 출혈과 피에 대해 익숙한(?)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출혈에 대해 더한 두려움을 가진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분만중 함께 했던 남편들 중에는 님과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경우가 제법 있답니다.
'그 고통을 직접 겪은 나도 있는데.. ' 라고 생각하고 서운해 하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겠지요. 이해란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것이니까요.
분만중 아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죄의식을 느껴서 성관계를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아기를 낳는 장면을 보며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발기가 안되거나 삽입이 안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아마도 아내가 원하는 것은 직접적인 섹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다정스런, 그리고 성적인 스킨쉽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경우 섹스로 이어질까봐 아내를 만지지도 않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 먼저 아기를 함께 목욕시키고 안고 하는 중에 분만 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남편의 두려움을 줄여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 참 아팠지만 그래도 이렇게 예쁜 아기를 건강하게 낳았잖아?' 라든지 '분만의 과정을 생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주며 객관화 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무엇보다 남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세요. '당신이 요새 나를 멀리하는 것 같으니까 외롭다'라든지 '당신이 나를 안아 주었으면 좋겠어'라든지요. 또 어깨도 주물러주고, 함께 목욕이나 샤워도 하고, 남편을 위해서는 여성적인 옷을 입는 것이 좋겟지요. 모성만큼 남편에게는 여성을 보여주는 것이 성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또 때로는 남편만 기다리지 말고 먼저 키스를 유도한다든지 애무를 하는 것으로 성적인 스킨쉽을 시작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번이 아니고 여러번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기를 재우느라 남편과 떨어져서 자지 말고, 아기를 침대 밑에 재우든지 아기침대에 재우든지 해서 침대위에는 아내와 남편이 눕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를 낳아 처음 부모가 된 아내들은 아기를 기르느라 남편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사랑이 공고해야 단단한 결속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렇게 개인적으로 노력을 해도 안되면 남편이 핑계를 대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심하게 정신적 상처를 받은것인지 전문가를 찾아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 이미나 기자=정리]
도움말 : 류지원 미래아이 산부인과 원장, 최강현 부부행복연구원장,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 배정원 성전문가,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
※키즈맘에서 질문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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