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종영한 JTBC 주말특별기획 '무자식 상팔자'에서 노부부인 이순재와 서우림이 황혼 이혼 위기를 맞으면서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장면이 그려진 바 있다.
극중 금실(서우림 분)이 외간남자에게 눈길을 준다고 질투하던 호식(이순재 분)은 급기야 “젊을 때부터 있는 화냥기야”라고 심한 막말까지 해버렸고 참다 못 한 금실이 폭발하면서 격정적인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벌떡 일어나 말없이 가출 짐을 꾸리던 금실은 이를 말리던 호식의 얼굴을 실수로 쳐버리고도 개의치 않고 그대로 방을 나와 변호사 손녀 소영(엄지원 분)에게 “나 니 할아버지하구 갈라선다. 니가 맡아서 이혼시켜줘”라고 단호하게 이혼을 선언하며 억울하게 살았던 세월을 한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혼 부부는 11만4300여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했다.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들의 황혼이혼 비율은 1990년 5.2%에서 2011년 24.8%로 5배가량 급증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아내인 임수정은 "살다 보면 말이 없어집니다. 서로 다 안다고 생각하니까 굳이 말이 없어지는 거에요. 거기서부터 오해가 생겨요. 침묵에 길들여지는 건, 무서운 일이죠"라는 대사를 통해 오랜 기간 같이 산 부부들이 사소한 오해로 멀어지게 될 수 있음을 표현했다.
결혼전문가가 전하는 현명한 결혼생활 영위법과 이혼전문 변호사가 들려주는 황혼이혼의 비극적인 사례들을 들어보면서 자신의 결혼생활을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결혼 전문가의 조언 : 듀오 관리팀 총괄팀장 백순영 >
'남 편’이 아닌 ‘남편’으로..
황혼이혼(黃昏離婚), 오랜 결혼 생활을 했던 부부들이 하는 이혼을 부르는 말로, 은퇴의 기로에 선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급증하는 이혼을 뜻한다.
황혼이혼이라는 말이 대한민국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에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IMF라는 경제적 요인이고, 두 번째는 여권신장(女權伸張)이라는 사회적 요인이다. 과거 ‘아버지’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가족을 지키는 ‘가장’이었다. 가장에게 최고의 가치는 속된말로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인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시절 ‘아내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로서의 역할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렇게 남자들이 집에서 큰 소리 치는 ‘가장’으로 사는 동안 세상이 변했다. 더 이상 여성들은 예전처럼 맞고 살거나, 무조건 참고 살지 않게 되었다. 우습지만 실제로 1970~80년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엄마들이 어린 딸의 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너 자꾸 이렇게 울면 한국 남자에게 시집 보낸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가장’ 역할을 못하게 된 남편은 무엇을 해야 할까? 만약 이때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황혼이혼을 하는 부부들을 보면 남편들이 젊었을 때 이 두 가지 역할을 소홀하게 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야기를 40~50대 부부들에게 하면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황혼이혼을 하고 싶지 않다면 이제라도 남편은 ‘남 편’이 아닌 ‘남편’이 되고자 노력을 해야 하고, 아내는 ‘가장’의 무게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이 바로 ‘부부간의 대화’이다.
오래 산 만큼 '배우자’를 잘 안다?
연구에 따르면 결혼생활을 30년 한 부부보다 결혼한 지 1년 된 커플들이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결혼한 지 오래 된 부부들은 서로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서로에 대한 궁금증도 없고 알려고 하는 노력 또한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가 편하게 각방을 쓴다는 부부들도 많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들이 알고 있는 서로에 대한 정보는 ‘낡은 정보’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사는 동안 오해가 쌓여, 서로에게 서운해지고 그것이 나이를 먹으면서 폭발하게 되면 황혼이혼이 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이제 막 결혼을 한 부부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이 궁금하다. 서로 질문하고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최신 정보’를 더 많이 알 수밖에 없다.
어느 노부부가 이혼을 결심하고 법정에 갔다고 한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 노부부는 이제 마지막으로 함께 밥이나 함께 먹자고 했고, 평소 서로가 좋아하던 ‘치킨’을 먹으러 갔다. 이제 이렇게 치킨을 같이 먹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할아버지는 자신이 너무 좋아하던 닭다리를 할머니에게 주면서 ‘당신 좋아하는 닭다리야 먹어’라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단다. “당신이란 사람은 나랑 30년을 살았으면서도 내가 닭의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있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결혼을 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하고 싶다. 당신의 남편 혹은 아내가 치킨을 먹을 때 가장 좋아하는 부위가 어디인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의 조언 >
황혼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결혼생활을 20년 이상한 부부의 이혼사건이 2만8,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2만7,823건과 비교해 476건(0.01%) 증가한 수치다.
황혼이혼의 사유는 배우자의 상습적인 폭행 등 배우자의 부당한 행위로 인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혼을 하고 싶어도 이혼을 미루는 이유는 대부분 자녀들 때문이다. 이혼을 할 경우 자녀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염려해서 자녀가 성장한 이후로 이혼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혼을 미루는 시기는 자녀 대학입시, 자녀 결혼 이후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이 성장한 이후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부모님(특히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드리려고 하는 것이다. 자녀를 위해 한평생 희생했던 어머니를 이제는 행복하고 자유롭게 해드리기 위해서 자녀들이 오히려 부모님의 이혼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황혼이혼에서는 자녀들이 성장하였으므로 자녀문제보다는 위자료, 재산분할 등 경제적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남편이 재산분할을 해 주기 싫어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황혼이혼시 전업주부라고 해도 혼인기간이 길고 기여도를 높게 평가받기 때문에 재산분할비율이 50%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황혼이혼에 이르는 과정은 부부간의 갈등과 대화의 단절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직장생활을 할 때는 열심히 일만 하느냐고 정작 중요한 가정과 부부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이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가족과 배우자와 시간을 잘 보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오히려 같이 있으면 갈등만 커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은퇴 전 미리 은퇴 후를 대비해서 어떻게 가족과 배우자와 잘 지내야 하는지 그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email protected]
<< 이 시리즈는 '행복한 결혼 만들기-듀오'와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가 함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