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급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유지가 되다보니 대개 아이들의 해찰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아침에 “빨리 일어나!” “빨리 옷 입어!” “빨리 씻어!” “빨리 밥 먹어!” “빨리 준비해” “빨리 나와!” 로 시작해 저녁이면 다시 “빨리 옷 벗어!” “빨리 씻어!” 식으로 되돌아 오다 결국 “빨리 자!”로 마무리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엄마 입에서 “빨리 빨리” 소리만 듣다보니 아이들 역시 느긋하게 기다리지를 못하고 입에 빨리란 소리를 달고 산다. “엄마~ 빨리 이거 해줘!” “엄마~ 빨리 이리와 봐!” “엄마~ 빨리 밥 줘!” 등등.
아이들이 재촉하면 엄마들은 “잠깐만~” 을 외치다 결국 버럭 화를 낸다.
“엄마가 기다리라고 했지? 엄마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하며 말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내게 재촉하고 다그치는 소리가 듣기 싫듯 아이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알았어!” 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거나 대들면 바로 응징이 따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는 것이리라.
나 역시 가급적 아이들에게 “빨리~” 라는 단어를 안 쓰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마음이 다급해지면 어쩔 수 없이 불쑥 튀어나와버린다.
며칠 전, 아이들 어린이집 버스 시간에 맞춰 급하게 나가려는 찰나 작은 아이가 “엄마~ 응가!” 한다. 생리 현상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쫓기다보니 “왜 하필이면 지금 응가 싼다고 그래!” 하며 애꿎은 아이만 야단쳤다.
“바지에 쌀 것 같아” 라는 다급한 목소리에 변기에 앉히면서 “다 쌌어? 빨리 싸!”라며 어찌나 재촉했던지 보다 못한 큰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엄마! 자꾸 그렇게 빨리 싸라고 하면 어떡해. 똥도 엄마 무서워서 안 나오려고 하잖아~ 좀 기다리면 안 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시계바늘에 집중하고 있던 시선을 돌려 아이 얼굴을 내려다봤다.
작은 아이는 거의 울상이 되어 변기 위에 앉아 있었다.
‘휴~ 내가 또 아이를 잡았구나!’
길어봐야 5분인데.. 이걸 못 참고 아이를 다그쳤으니 나도 참 너무했다 싶었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어린이집 버스 올 시간이 다 돼서 엄마 마음이 너무 급해서 그랬어. 미안해” 라고 사과하자 아이는 금새 환한 미소로 “응가 다 쌌어요~” 한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빨리 화장실에서 나오라고 재촉했으면 “이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냐”며 버럭 화를 냈을 것 같은데 아이는 엄마의 성질까지 품으며 너무도 해맑게 웃어준다.
아이의 너그러운 미소에 화를 내느라 생채기 났던 내 마음이 스르륵 치유가 됐다.
후다닥 뒤처리까지 하고 뛰어가니 다행히 버스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손을 흔들며 차에 올라타는 아이를 보니 이럴 줄 알았으면 이왕 싸는 거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줄걸... 후회가 밀려왔다.
아이 키우는 데는 ‘무조건 적인 빠름’보다는 ‘이유 있는 여유’와 ‘기다림’ 을 품을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한 것 같다.
내일은 어제보다 한결 여유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제발 나가기 직전
복병만은 찾아오지 않기를 바래본다.
이수연 <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