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밖에.....윤군은 오로지 바둑공부에만 매달려 2000년 정식 프로기사가 되었고, 그로부터 7년 후 2007년에는 24세 나이로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알파맘들이 무려 15년 이상이나 극성을 떨며 아이를 학원으로만 내모는 현실에서 20살 때부터 초.중등 과정 공부를 시작해 불과 12년 만에 프로기사, 명문대 졸업, 행정고등고시 합격의 세 마리 토끼를 다 움켜쥐었다.
윤군 외 명지대 바둑학과 남치형 교수는 중3 때 프로기사가 된 후 입시에 매달려 3년만에 서울대 영문과에 거뜬히 합격하였고, 재학 중 경험삼아 치러보았노라는 사법고시 1차 시험에도 합격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조혜연 9단은 여류국수, 여류명인에 우승하는 기염을 토한 후, 고려대 영문학과에 합격하는 일석이조의 쾌거를 이루었다. 서울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의 오주성 군 역시 2002년 프로기사가 된지 5년 만인 2007년에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둑은 디지털의 황제이어서다. 아니 두뇌발달엔 최고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육학자 와타나베 교수는 바둑을 배우면 좌뇌와 우뇌의 신경세포가 상호 연계하여 뇌세포의 활동이 활성화되므로 두뇌개발에 탁월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힌 바 있다, 아주대 고영희 교수 역시 6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에서 바둑을 두는 어린이의 학력이 바둑을 모르는 어린에 비춰 우수할 뿐만 아니라 사회성, 사고력, 순간 판단력, 적응력, 도덕성 등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
현재 청소년들에게 거의 공통되게 나타나는 [주의력결핍증 및 행동장애(ADHD)]에 바둑은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바둑 한판에는 보통 250수 이상을 진행하므로 자연적으로 집중력은 향상되게 마련이다. 부수입으로 수리력, 침착성도 좋아지므로 성적이 뛰어난 어린이가 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지금은 은퇴한 별명이 국수라는 윤기현씨가 60년대 말 프로기사 초년생으로 경기고교 재학생 두 명의 바둑 지도를 맡은 이야기가 흥미있다. 한 명은 화장실 갈 틈도 없다는 고3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20분 거리의 학교로부터 종로에 있는 한국기원으로 걸어와 반드시 약 한 시간 가량 바둑을 지도받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한다. 바둑으로 인한 소비는 매일 2시간 이상이었다. 요즘 같으면 아이 버린다고 까무러칠 일, “당장 그 녀석 끌고와!” 라고 경치며 “ 너! 바둑을 끊을래, 부모를 끊을래”하고 결단낼 일이다.
얼핏 바둑 공부하느라 입시공부는 망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겠지만 놀랍게도 그 학생은 이공계 붐일 당시 최고 수준인 서울대 공대에 수석으로 합격했다니 바둑으로 두뇌가 활짝 핀 바나 다름없다. 또 한 학생 역시 바둑을 안 두면 머리가 산만하다며 매일 바둑을 배우고 집에 돌아가 입시공부에 몰두하였다는데 법대, 정치학과와 더불어 인문계 최고 수준인 서울대 외교학과에 합격하고 그 후엔 외무고시도 합격, 고위직 외교관으로 퇴임했다.
참으로 놀라 자빠질 일이다. 젊은 엄마들에겐 소설이나 영화 속의 전설같은 이야기로 들릴 뿐, 이해가 어려울 듯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인슈타인이 연구 틈틈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두뇌를 달래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자가 된 것처럼 바둑은 두뇌에 신선한 흐름을 제공해 입력, 출력을 활성화시키니 공부 능률은 최고다. 나도 아마추어 5단으로 고수인데 두뇌발달은 바둑 덕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엄마의 욕심대로 어려서부터 학교를 파하자마자 학원에서 학원으로 뱅글뱅글 돌리다보면 두뇌는 마침내 그로기상태가 된다. 설사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한껏 입력시킨 정보를 시험에 닥쳐선 제대로 출력시키지 못한다. 이른바 실력은 있는데 시험운이 없다는 이야기가 이 경우다. 장기 피로에 지친 몸이 말을 안 듣는 것과 같이 두뇌도 지쳤으니 결과는 뻔하다. 에어컨도 자주 필터를 청소해주어야 하듯 두뇌도 영.수.국으로 얼룩진 찌꺼기나 때를 수시로 씻어내야 활력을 지닌다.
바둑은 바로 이 기능을 깔끔하게 함과 동시에 변화무쌍한 수읽기로 머리를 더욱 활성화시킨다. 그 기능은 서양 최고의 게임이라는 브릿지나 체스가 감히 따라오질 못한다. 바둑판 자체가 가로 세로 각각 19줄이라 그 변화는 무궁무진, 무려 19x19=1억5천만 수의 조합이 작용해 단 한 번도 동일한 모양의 판이 나타나지 않아 두뇌의 회로를 무한 확장시킨다. 명문대에 보내고픈 욕심이 있다면 모름지기 초.중등생일 때 바둑을 가르쳐라!. 바둑은 두뇌를 발달시키는 최고의 비법이다.
정헌석 < 전인코칭연구소장·전 성신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