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워킹맘 상’ 인터뷰 - KBS 이지연 아나운서
아이 키우랴, 집안일 하랴, 회사 다니랴 멀티 플레이로 일하면서도 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 3회 ‘존경받는 워킹맘 상’을 수상한 KBS 이지연 아나운서처럼 말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조금 특별한 노하우를 살펴보자.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A: 저는 시간을 쪼개서 생활하는 편이에요.
우선, 5시에 출근해서 뉴스타임 ‘이지연의 톡톡매거진’ 녹화를 한 후 지하철 타고 8시 반쯤 다시 집으로 갑니다. 집에 들어가 큰 아이 밥 챙겨서 유치원 보내고 3살짜리 둘째 데리고 10시부터 12시까지 발레나 킨더뮤직 등 매일 다른 것 배우러 다녀요.
수업 끝나면 아이는 친정어머니나 도와주시는 분께 맡기고 1시쯤 다시 회사로 돌아와요. 말 그대로 하루 두 번 출근인 셈이지요. 두 번째 출근하면 라디오 전국일주 생방송, 싱싱일요일 녹음을 진행하고 격주 월요일에는 아침마당 출연도 있습니다.
방송 끝나면 큰 아이 태권도 끝나는 시간과 딱 맞아요. 같이 집에 가서 밥해 먹고 같이 놀다보면 씻고 잘 시간이 되지요.
참,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한식·양식조리사 자격증 따고 아동요리지도자과정 밟고,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씩 경희대 야간대학에서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배우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이탈리아 요리학교에도 가고요.
Q: 정말 바쁘게 움직이시는 것 같아요. 일과 육아 양립하기 힘들진 않으세요?
A: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아이 낳고 일 시작할 때 망설이지 않았어요. 육아 휴직 3개월하고 프로그램 연락 들어왔을 때 ‘이때가 기회다’ 하고 나왔지요.
방송 없는 틈틈이 대기실에서 유축하고, 우는 아이 달래서 유치원 보내면서도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거나 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그렇게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멋있다고 느껴졌는걸요. 아이 키우면서 일 하면서 내가 멀티로 해내고 있다는 뿌듯함 말이지요.
또 남편이 육아를 잘 도와주는 편이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아빠보다 엄마한테 더 많이 의지하잖아요. 친정어머니도 많이 도와주시지만 제가 직접 하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요. ‘역시 나 아니면 안 돼’ 하는 생각으로 신나게 육아하고 있답니다.
Q: 왠지 타고난 워킹맘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즐겁게 워킹맘 생활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A: 대부분 엄마들은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해요. 뭘 먹는지 뭘 배우는지 등등... 일하면서 아이 신경 쓰느라 고민이 많지요. 물론 저도 안달이 납니다.
하지만 옆에서 모두 챙겨줄 것이 아니라면 고민해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에요. 어차피 몸이 떨어져있는데 걱정한다고 해서 아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괜히 일 능률 떨어지고 아이와 만나면 서로 피곤해지기만 하지요. 따로 있을 때 각자 열심히 살고 만났을 때 최선을 다해서 엄마 역할을 해주면 됩니다.
대신 저는 생방송 있는 경우가 아니면 아이 유치원 행사 같은 건 거의 참여하려고 해요. 지금 열심히 안하면 아이들이 컸을 때 아쉬움이 많이 남을 테지요. 요즘도 애들 크는 거 보면 깜짝깜짝 놀라는데 나중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거나 후회하고 싶지 않으려면 지금 힘들더라도 미친 듯이 아이들과 살 비벼야죠.
아이들도 제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무탈하게 잘 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지지요. 전에 유치원 면담을 갔는데 그곳 선생님께서 제게 “승재가 교우 관계도 좋고 수업도 잘 들어요. 어머님이 일하시는 분이라 별로 기대 안했는데 아이를 참 잘 키우셨네요” 하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Q: 이야기를 듣다보니 ‘워킹맘=힘들다’는 고정관념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워킹맘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A: 우선, 미스들은 모르는 나만의 경쟁력이 생겨요. 아이 키우는 엄마로써 열심히 생활할 수 록 경험이 많이 쌓이고 지식이 늘어나는 거죠. 저는 특히 직업이 아나운서이다 보니 할 말도 많아지고 멘트에 도움 되는 것이 많이 있어요.
선후배 워킹맘들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직장생활도 재미있어요. 엄마들끼리 통하는 게 있거든요. 서로 정보도 교환하면서 더 돈독하고 단단하게 결집될 수 있답니다.
또 저는 최대한 일하는 티 내지 않고 육아에 노력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워킹맘인걸 아니까 다들 감안하고 생각해줘요. 오히려 애쓴다고 하고 인정해준답니다.
Q: 마지막으로 워킹맘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건 정말 힘들지요. 하지만 일과 가정에 양다리를 걸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자아실현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고, 나중에 아이들이 다 컸을 때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테니까요.
물론 그러려면 여러 가지를 다 잘해야 하지요. 때문에 시간 쪼개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하루종일 같이 있어주는 것이 아닌 만큼 아이들의 허전한 마음을 열심히 풀어줄 수 있는 열렬한 자세, 부지런한 생활,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내 일이고 내 아이들이잖아요?
육아와 일, 두 가지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둘 다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하이힐 신고 열심히 달리시길 바랍니다! 워킹맘 화이팅!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임수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