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하타슈지의 음악은 듣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이다. 삶과 사랑, 음악에 대한 진심, 철학적이면서 경험적인 ‘사유의 집합’이기도 하다. 이번 인터뷰 역시 그의 음악처럼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것들, 이를 테면 마음의 교류에 관한 흔적이다.
설원의 성지 북해도를 떠나 서울에 정착한지 올해로 24년 째. 한국인 아내와 네 명의 자녀를 둔 기타리스트 하타슈지를 만났다.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하타슈지는 말한다. 그래서 기획한 공연이 ‘하타슈지, 여의도 수 치과 작은 연주회’다.
지난 15일 오후 8시, 수 십 여명의 관객이 한국 3M 본사 회의실을 찾았다. 여의도 수 치과 박규태 원장과 하타슈지의 인연으로 시작된 소박하지만 절대 소박하지 않은 공연, ‘작은 연주회’가 4회를 맞이했다.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김영선의 오프닝에 이어 하타슈지의 메인 연주, 실력파 해금 연주자 차다슬과의 협주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에 놓인 기분이다. 그럴 만도 했다. 하타슈지는 제이슨 므라즈의 러브콜로 화제가 된 기타 신동, 정성하의 스승 아닌가.
연주 감사합니다. 선물 같은 시간이었어요. 요즘 해금의 매력에 빠져서(웃음). 동양 사람의 그런…. 뭔가에 맞는 것 같아요. 소리가. 애절하면서 가슴 깊이 들어오던데요? 이제 뭔가 제 사운드를 찾은 것 같은.
정말 이색적이더라고요. 네. 막내딸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해금 해볼래?’라고 물었더니 하겠대요. 그래서 해금을 샀어요. 차다슬씨 불러서 같이 사러 갔어요.
두 분 어떻게 만나셨어요? 작년 말에 아르떼 TV 재즈 프로그램 중에 국악과 재즈의 만남이 있었어요. 그때 롱 롱 웨이 포 드림(Long Long Way For Dream, 4집 앨범 6번 트랙)을 준비하면서 즉흥 연주를 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대금, 장구하시는 분도 모셨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대금은 피치를 맞출 수가 없어서 급하게 해금하는 분을 소개 받았어요. 그 때 차다슬씨가 오게 됐는데 너무 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밴드에서도 하고 듀오로도 하죠.
처음 한국에 오시게 된 이유는요? 결혼 때문에 왔어요. 여행 겸. 아내 만나러 왔어요. 그러니까…. 사랑 때문에 온 거죠? 우아. 멋있다(웃음). 살아가는 데 직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주 단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저는 이제야 정말 제가 하는 음악을 찾은, 그런 느낌이 와요. 그 전에는 누가 했던, 누구 풍, 누구 콘셉트였죠.
누구 풍일까요? 처음 1집은 얼 클루(Earl klugh)였고 2집은 영국 락 기타리스트 제프 벡(Jeff beck), 3집은 흔히 말하는 핑거 스타일 기타였죠. ‘이것이 핑거스타일이다’ 그런 걸 가깝게 구상 했어요. 이번 앨범은 기존의 국악 퓨전하고는 좀 더 진화된 상태라고 보고 있어요. 이전에는 국악기를 서양 악기처럼 연주한 것에 불과했는데 그것보다 제 자체가 더 짙어진 느낌? 강력해졌다고 할까요? 많이 들어주면 좋겠어요.
4집 앨범(From The East Garden) 정말 특별하더라고요. 네. 특별합니다.
국악적 요소를 접목시킨 계기가 있으신지요. 언젠가는 국악 같은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본능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요. 일본 놔두고, 일본 버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리고 옛날에 신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진氏인데 ‘하타’라는 성氏를 썼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국악적인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지요.
이번 앨범 준비하실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으신가요. 작곡하는 시간을 좀 바꿨어요. 보통 낮이나 밤에 하는데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작업했어요. 일부러. 작곡하기 위해서. 4집 앨범의 대부분이 아침에 작곡한 건데 스산하게 나온 것 같아요. 아시아적인, 동양적인 것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번엔 그런 콘셉트로 해야겠다 싶었죠.
심오해요. 확실해졌죠(웃음).
의미 깊고 그렇습니다. 철학적이시네요.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누구나 시도할 수는 있죠. 그런데 그런 차원이 아니시니까. 그것만이라면 음악이 안 나오죠. 제가 지금까지 앨범 몇 장을 내왔지만 그 어떤 스타일이든 내 음악이더라고요.
당시의 내 음악? 그 시기의 내 음악이요? 예를 들어서 1집 앨범에 대해 주변에서 얘기도 듣고 저도 많이 느꼈는데, 저는 지금까지 음악을 하면서 서양만 보고 온 거죠. 재즈, 락, 미국, 브리티시 락, 영국, 유럽만 보고 일본이나 동양 쪽은 무신경했는데도? 고향의 이미지가 나오더라고요. 1집은 ‘오겡끼데스까’의 북해도. 꼭 그 이미지 같았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 24년 동안 살았는데 이제 나오겠죠. 한국의 정서가. 때가 온 것 같습니다.
4집 앨범은 두 가지 콘셉트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국악과 재즈의 크로스 오버와 기존 스타일의 곡들로. 네. 그렇습니다. 지금 멤버 중에 트리오(드럼, 베이스, 기타)가 핵인데, 완전한 트리오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피아노나 색소폰이 배제된 기타 사운드로요. 피아노는 2곡만 참여 했어요. 최소한 이 곡은 필요하다 싶은 것들만.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사운드를 조금 더 일렉트릭하게 하고 싶어요. 제가 계속하고 싶었던 음악이 아주 토속적이면서? 아주 우주적인 음악?
우주적이요? 네. 우주적. 완전히 다르잖아요. 방향이 달라요. 아주 지하로 가는 것과 올라가는 것, 그리고 조화가 있는 음악. 지금은 그런 콘셉트예요. 그러니까 키보드를 쓰는 거죠? 키보드를 접목시켜서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우주적인 소리가. 라이브가 더 좋다고 하세요. 가능하면 라이브 앨범을 만들까하는 생각도 있어요.
역시 심오합니다. 선생님의 음악은 어떤 걸까요? 전통적이면서 새로운 것. 근데 항상 좀 다르죠. 내가 구축하고 있는 구현시키고자 하는 스타일은 좀 다른 것 같아요. 표현하기 힘든데 예를 들어서 다른 옷을 입히려고 하는 음악인지 아니면 새로 만들려고 하는 건지 그 차이가 아닐까…. 저는 새로 만들려고요. 아예 그냥.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윤태홍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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