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매거진 ‘보그’는 현대 여성에게 어떤 의미일까? 트렌드를 학습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고, 문화 교양지로 기능할 수도 있으며, 완벽한 오브제를 실어 나르는 ‘욕망 집결’의 매체일 수도 있다. 그 어떤 의미라도 좋다. 27일 폐막을 앞둔 전시 'VOGUE MOMENT'을 통해 ‘당신의 보그’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 테니.
후미에 사사부치(Fumie Sasabuchi), 이이남, 양문기, 이경태, 김지민, 정현목, 정윤희, 한슬 등 국적을 초월한 작가들이 ‘보그 해석 작업’에 참여한다. 작가 특유의 이질적인 시각은 패션, 그 이상의 심오한 세계로 관객을 안내한다.
▲ 후미에 사사부치 ‘묵시론적 모티프’
유럽에서 잘 알려진 후미에 사사부치는 미학적으로 완벽하게 통제된 패션 사진에 해골, 썩어가는 육체, 짓눌린 인체 이미지를 그려 넣는다. 값비싼 브랜드로 온 몸을 휘감은 패션모델은 현대인이 동경하는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하지만 사사부치의 작품에서 ‘미의 아이콘’은 죽음으로 형상화된다. 극단적으로 기괴하다. 뼈대, 핏줄, 근육이 드러난다. 사사부치는 ‘죽음의 무도’ 시리즈를 통해 미디어가 주조하는 여성의 몸을 파괴한다. 이는 여성의 몸을 둘러싼 사회 문화적 담론을 해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정윤희 ‘관음의 주체와 객체 비틀기’
사사부치의 개념은 동시대의 다른 작가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작가 정윤희가 대표적. 정윤희는 보그 커버에 실린 패션모델의 신체 일부를 뾰족한 바늘로 한 올 한 올 촘촘하게 꿰맨다. 모델의 아름다운 얼굴은 은폐되고 눈동자만 또렷하게 남아 관객을 응시한다. 이는 작품을 바라보던 관객의 시선을 교란시키며 ‘관음’의 주체를 전복시킨다. 작품을 두고 ‘보기 거북하다’ ‘눈을 마주치기 싫다’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
▲ 한슬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작가 한슬은 2010년부터 보그의 광고 문구를 새롭게 편집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관객은 작가가 편집한 텍스트를 읽어내며 메시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The symbol of wealth and power' 'I consume, therefore I am'와 같이 작가가 선택한 텍스트는 매우 직설적이다. 이는 현대인의 물질적 욕망을 자극한다. 한슬은 매스미디어가 규정하는 소비의 방식과 규칙 등을 고발하며 나아가 젠더, 인종, 계급 간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이 밖에도 샤넬 지갑, 루이비통 핸드백, 에르메스 버킨 백 등을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사조 바니타스(헛되고 덧없음) 정물로 표현한 정현목의 ‘속물화’(Still of Snob) 시리즈, 돌덩이를 가방 모양으로 깎아 낸 뒤 명품 로고를 새겨 넣은 양문기의 ‘고급 돌’(Luxury Stone)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일시 5월 27일(일)까지 (입장마감 17시 30분)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대학교미술관 1갤러리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윤태홍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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