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되는 올해 3월부터 초, 중, 고교에서 주 5일제 수업이 시작됐다. 우려했던 대로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된 주 5일제는 가정은 물론 사회 전반에 혼란을 주고 있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 3일부터 학교에서 운영하는 토요 프로그램들에 대한 학생들의 낮은 호응과 함께 사교육비 부담 증가 등이 부모들의 또 다른 고민이 된 것.
예전 부모세대였다면 토요일 하루 학교에 가지 않고 ‘논다’는 사실에 마냥 즐거웠을 일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올 뿐이다. 가뜩이나 ‘친구’라는 단어가 인색한 시대에 이제 토요일마저 친구 없이 지내는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고 생활상이 바뀌면서 친구라는 단어의 정의도 바뀌는 듯하다. 최근 자녀교육서 『아이의 스트레스』(웅진씽크빅)를 출간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진료를 받으러 온 아이들에게 ‘너는 왜 친구와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니?’라고 물으면, 아이들의 대답은 ‘친구가 골치 아프다고 싫어해요‘라고 한다고.
이렇듯 요즘 아이들에게 친구란 나의 고민을 얘기하면 그 당시는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친구와 관계가 나빠졌을 때 그것이 약점이 되어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대상이기도 하다.
예전 부모세대의 경우 10대 시절, 지금보다 갈 곳도, 놀이거리도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정’이 있었기 때문에 웬만한 스트레스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10대 들에겐 스트레스를 줄일 친구도,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런 아이들에게 주 5일제는 친구와의 우정도 쌓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지만, 부모들 대부분은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이 그냥 ‘쉬기’를 원하지 않는다.
요즘 같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친구와의 놀이보다 학업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오은영 박사는 요즘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유 중에는 ‘휴식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뭔가를 배우고 얻으려면 장기 기억화 되어야 하는데,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바로 휴식시간이라는 것. 휴식의 시간이 없으면 열심히 배운 지식도 저장이 잘 안 된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휴식’이란 학습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풀 시간조차 허락 받지 못하고, 그 방법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그대로 놔두면 청소년 자살, 왕따 등 심각한 사회문제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끈끈한 우정이 사라지는 시대,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늘어나고 그 스트레스를 함께 풀 친구도 사라지고 있다. 오은영 박사의 말처럼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보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토요일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을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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