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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스콜세지가 멜리에스에게 보내는 3D판 헌정서, ‘휴고’
입력 2013-02-24 14:59:08 수정 201202241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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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멜리에스.

‘영화의 이해’ 혹은 ‘영화의 역사’ 첫 강의에 자주 등장하는 이 사람은, 최초의 극영화를 만든 프랑스인이다. 뤼미에르 형제가 단순히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어냈다면 조르주 멜리에스는 최초로 ‘영화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다. 영화에 스토리텔링을 입힌 최초의 인물인 셈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휴고’는 바로 이 최초의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보내는 헌정서라 할 수 있다. 꿈과 모험이 펼쳐지는 가족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적잖이 당황스러울 영화다.

스콜세지가 ‘전체관람가’, 게다가 ‘3D’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전 세계 영화팬들은 의아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틴 스콜세지는 ‘좋은 친구들’,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와 같이 주로 어두운 밤내음이 짙게 깔린 영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마틴 스콜세지는 원작 그림책 ‘위고 카브레’를 딸에게 읽어주면서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어째 믿기진 않는다. 스콜세지가 ‘휴고’를 연출하게 된 계기가 영화에 대한,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경외심 때문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시질 않는다. 어찌됐든 ‘휴고’가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찬 작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경은 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 역사 내 커다란 시계탑을 혼자 관리하며 숨어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녀 휴고. 사고로 잃은 아버지(주드 로)와의 추억이 담긴 고장 난 로봇인형이 휴고가 가진 전부다.

망가진 로봇인형을 고치기를 포기하지 않는 휴고는 인형 부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장난감 가게 주인 조르주에게 아버지의 비밀 수첩을 뺏기고 만다. 조르주의 손녀딸 이자벨의 도움으로 수첩을 되찾는 와중에 애타게 찾던 로봇인형의 열쇠를 이자벨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의 초중반까진 가족영화와 다를 바 없다. 로봇인형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는 한 소년의 모험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의 본색(?)은 중반부 이후에 펼쳐진다.

소녀 이자벨이 갖고 있던 열쇠로 로봇인형을 작동시키자, 이 로봇이 한 장의 그림을 그려낸다. 여기서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관객이라면 무릎을 칠 것이다. 로봇인형이 그린 그림은 다름 아닌 최초의 극영화 ‘달나라 여행’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멜리에스가 연출한 ‘달나라 여행’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 봐도 재치있는 특수효과와 아름다운 미쟝센에 넋을 놓게 되는 작품이다.

휴고는 로봇이 남긴 그림을 단서로,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의 뜻을 찾아 나서게 된다. 눈치 챘겠지만, 이자벨의 할아버지 즉 장난감 가게 주인 ‘조르주’가 바로 조르주 멜리에스로 밝혀진다. 멜리에스는 휴고와 이자벨에게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한다.

멜리에스는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을 보고 영화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껴 직접 스튜디오를 만들고 영화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입에 쩍 벌어지는 특수효과와 직접 필름에 색을 입혀 컬러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는 성공을 했고 그렇게 멜리에스의 인생도 승승장구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멜리에스는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채 장난감 가게 주인 신세가 돼버렸다. 그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했던 멜리에스는 콘티를 꽁꽁 숨겨 놓을 정도로 의도적으로 과거를 잊고 살게 된다. 그의 영화를 떠올리는 건 멜리에스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걸까.


이렇듯 ‘휴고’는 이야기의 미스터리가 풀어지는 순간 일종의 조르주 멜리에스 전기영화로 돌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이게 무슨 얘긴가’ 싶을 수도 있다.

조르주 멜리에스, 뤼미에르 형제, 찰리 채플린, 프리츠 랑 등 초기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을 꽉꽉 담은 영화 ‘휴고’. 이 영화가 가족영화를 기대하고 온 이들까지 완벽히 만족시킬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꽤 긴 시간을 할애해 표현한 당시 영화의 제작과정이나, ‘달나라 여행’, ‘기차의 도착’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초기영화들을 큰 스크린으로 불러 모았다는 것 만으로도 영화팬들이 마틴 스콜세지에게 감사함을 표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엔딩 무렵, 무대 위로 오른 조르주 멜리에스의 모습은 우리가 기억에서 슥슥 지워낸 거장들이 떠오르게 한다. 다만 2시간 1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영화팬들에게 마저도 지나치게 길게 느껴진다. 아마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차역 경비가 등장하는 시퀀스는 이 영화의 백미. 유머러스한 상황에 비장미 넘치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사챠 바론 코헨의 연기에 웃음 짓게 된다.

3D 기술은 최근 개봉한 영화 중 단연 최고다. 기차역의 먼지 하나까지도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하다.

아카데미 11개 부문 후보, 29일 개봉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김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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