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배우와의 완벽에 가까운 호흡
‘파파’는 시민권이 필요한 전직 매니저 춘섭(박용우)과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6남매가 어쩔 수 없이 가족으로 뭉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배우와 박용우가 만들어낸 호흡이 완벽하다. 몇몇 장면에서는 박장대소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각각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외국인 아역들이 매력적이다. ‘대장금’을 좋아해 ‘대장금’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고든. 짙은 눈 화장이 인상 깊은 셋째 마야. 래퍼 형제 지미와 타미, 귀여운 막내 로지까지.
외국인, 거기다 아역배우가 이토록 다채롭고 풍부하게 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한지승 감독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빛을 발한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 고아라의 발견, 박용우의 재발견
우리는 왜 그동안 고아라를 잊고 있었을까. ‘파파’에서 고아라는 영어 연기와 더불어 춤, 노래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엄마(심혜진)를 잃고 피부색이 다른 배다른 형제들을 돌봐야 하는 ‘준’에 영화적 재미와 설득력을 부여한 고아라.
야무진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고아라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만큼 연기를 잘 했단 얘기다. 물론 연기의 목적이 수상은 아니겠지만, CF스타로 인식됐던 고아라의 연기력은 상 받아 마땅할 정도로 훌륭하다.
박용우는 이번 영화에서 능글맞은 캐릭터를 밉지 않게 연기했다. 최근 몇 년간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을 연기해왔던 그였기에 ‘파파’에서의 코믹한 모습이 반갑다.
2006년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보여줬던 넉살스런 연기에 이번엔 ‘휴머니즘’을 더했다. 박용우는 육두문자를 아낌없이(?) 퍼붓고 시민권을 얻기 위해 ‘준’을 이용하다가 결국엔 6남매에게 부성애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애틋하고도 살뜰하게 표현했다.
그가 연기한 ‘춘섭’은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졌을 캐릭터다. 박용우는 ‘춘섭’이란 캐릭터를 충실히 표현하면서도 그만의 뜨거운 인간미를 놓치지 않았다.
▲ 세련된 음악, 아쉬운 뒷심
‘파파’는 가족영화면서 동시에 음악영화다. ‘춘섭’이 시민권 획득을 위해 ‘준’을 오디션에 참가 시키며 펼쳐지는 컬러풀한 에피소드에 ‘가족’과 ‘음악’이란 코드가 모두 녹아있다.
작곡가 김형석의 손에서 탄생한 곡들로 채워진 ‘파파’의 음악들은 영화에서 따로 떼놓고 보더라도 흥겹고 파워풀하다. 이를 소화한 고아라의 음악실력도 제법이다. 특히 영화의 말미에 부르던 음악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다만 ‘파파’가 아쉬운 점은 뒷심이 약하다는 것이다. 박용우, 고아라의 열연과 총천연색 외국인 아역배우들로 채워나간 중반부의 매력이 영화 후반부까지 힘 있게 이어지지 못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가족과 음악이란 공통된 소재로 만들어진 강형철 감독의 ‘과속 스캔들’은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지치지 않고 관객을 끌어당긴다. ‘과속 스캔들’보다 재미 요소가 훨씬 많은 ‘파파’가 뒷심이 부족하단 사실은, 오히려 그 다양한 재미들 때문에 일관된 영화적 힘이 약하다는 얘기.
하지만 ‘파파’는 국내 영화에서 보기 드문 글로벌 감성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7명의 배우를 세련되게 풀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여기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한지승 감독의 공이 크다.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사람냄새 나는 연출력을 선보였던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휴머니즘’으로 무장한 세련된 가족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 메이커’에 이어 ‘파파’에서도 영화를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어준 고아라는 이제 ‘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차기작이 이토록 기대되는 여배우, 참 오랜만이다.
2월 2일 개봉, 12세 관람가.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김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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