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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배우는 통로 ‘책’ - ‘예술가의 서재’展
입력 2012-10-07 17:27:11 수정 2011100717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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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있어 작가들에게 ‘책’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끈다.

롯데백화점이 32주년을 기념해 ‘예술가의 서재’展을 마련했다. 본점 명품관 AVENUEL 전 층에서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남의 앎을 두 눈으로 삼킬 때의 짜릿하고 벅찬 쾌감’을 예술로 구현하고 있는 네 명의 작가의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서유라, 안윤모, 임수식, 최은경의 작품은 모두 ‘책’이라는 공통된 소재로 작업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책을 설명한다.


에비뉴엘 1층에 설치된 거대한 책 여덟 권은 최은경 작가의 작품 ‘The Forbidden’이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인간의 ‘죄’와 ‘정직’, 인류의 근원 ‘어머니’ 등에 대해 주목해왔다. 그리고 그 소재를 책을 통해 풀어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인류의 중요한 유산이자, 미덕인 책에 주목한 작가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맹목적인 열망을 비튼다.

그렇게 많은 책들이 나도는 이 세상은 책 속 내용처럼 제대로 굴러가는가. 책을 읽으며, 또 읽자고 소리치는 지식인들은 책처럼 삶을 살아가는가.

작가는 “책에 대한 사람들의 기존 인식들을 바꾸고 싶다. 이는 곧 세상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단단한 인식들을 뒤집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에비뉴엘 2층에 전시되는 임수식 작가는 자신의 서재뿐만 아니라 학자(건축가 김대균, 북디자이너 정병규, 사진가 홍순태 등)의 책장을 찍는다.

작가는 두 가지 방식을 고수하며 작업을 지속하는데, 하나는 손수 바느질을 하여 책장의 조각들을 기워나가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서재의 주인과 책장을 매칭시킬 수 있도록 다큐멘터리적 맥락을 고수하는 것이다.

책장 주인의 손때와 세월, 수집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장은 주인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에비뉴엘 3층에 전시되는 안윤모 작가는 보다 단순하며 명쾌하다.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인데, 의도적으로 가벼운 시각에서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적 장치를 설정한다.

커피와 독서, 자신의 띠인 호랑이와 부엉이를 사랑하는 아주 일반적인 취향은 달밤, 숲의 침묵 속에 책을 들고 등장하는 부엉이나, 커피를 마시며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호랑이들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에비뉴엘 4층에서는 역시 한결같이 책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서유라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서유라는 책장, 책이 마구잡이로 뒤죽박죽 쌓여있거나 상하좌우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그렸다.

마치 읽다가 던져둔 듯한 책들은 펼쳐지거나 접힌 상태로 드러나고 책 등에는 제목이 적혀있다. 유사한 내용의 책들이 제목에 따라 같은 공간에 모여있다. 분류와 체계, 질서가 작동하지만 정작 그 책들은 혼돈 속에 버려져 있다.

작가는 자신이 습득한 지식의 책을 장정이나 제목을 재가공하여 보여준다. 파편화된 이미지이며 별개의 책에 존재하는 그들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조합되고 정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보는 이들을 은밀히 책의 내용을 상상하게 하거나 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욕망의 대상이자 선과 악의 모습을 가진 ‘책’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작품으로 만나 보자.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윤지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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