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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음도 천태만상! 나는 어떤 기부자일까?
입력 2012-07-04 11:14:42 수정 201107041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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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서울의 종로거리. 막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듯한 50대 회사원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기부·기부자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초라한 행색의 걸인에게 주머니 속 동전을 던져주는 거요.” 그는 왜 이런 질문을 하냐는 듯한 눈치를 보이저니 곧장 자리를 떴다.

곧이어 20대 초반의 커플로 보이는 남녀 한 쌍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이미지 메이킹의 수단이 아닐까요. 요즘 연예인들만 봐도 A급 스타는 아니지만 ‘기부천사’라는 타이틀로 A급 스타 못지않은 인기몰이를 하기도 하잖아요. 제가 아는 지인만 해도 자신이 돕는 해외 아동 사진을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보여 주거든요. 그럴 때면 ‘저 사람이 평소에 저런 이미지였나?’라는 생각이 들고 그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라고 남성이 대답하자 옆에 있던 여성이 맞장구를 친다.

기부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기부 행태가 연민에 의한 시혜의 수준이었다면 최근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여건에 맞추어 트렌드에 따라, 혹은 개인의 성향과 각자의 의도에 따라 후원을 실천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고 있다.

태어날 자녀의 이름으로 후원하고자 하는 임산부, 아프리카에 수도시설을 마련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돼지저금통에 푼돈을 모아 기부한 중학생, 브랜드 커피 한 잔, 놀이공원 한 번 갈 돈 아껴 의미 있는 일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는 대학생 커플 등 후원자들의 착한 마음도 가지각색이다.

그만큼 기부의 의미가 개인에 의해 확장 및 개별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이러한 후원자들의 기부 유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사회지도층의 윤리란 이런 것” - 노블리스 오블리제 형 ․ 지도자 형

올해 초 종영한 모 인기 드라마에서 재벌가의 2세였던 남자주인공은 늘 이렇게 외쳤다.

"사회지도층의 윤리란 이런 거야. 일종의 선행이지. 나 가정교육 이렇게 받았어!"

실제로 어린이재단에는 이러한 책임감으로 무장하여 나눔에 발 벗고 앞장서는 ‘후원회’가 있다. 어린이재단 후원회 활동은 최불암 전국후원회장단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지역 단위로 해당 지역의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들 중에는 드라마에서처럼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재벌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나눔 문화를 주도하는 이들이 많다. 현 동진기공 대표인 강동석(62) 어린이재단 부산지역 후원회장이 이들 중 한 사람이다.

1986년 동진기공을 창립한 그는 사업이 자리를 잡은 후 어린이재단 후원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관해 “직장에 다니던 월급쟁이 시절 우연히 신문에서 어린이재단 후원 기사를 보고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고 보니 후원을 시작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라고 말했다.

2005년부터 부산후원회장을 맡아 매년 재단의 복지사업을 위해 고액을 기부하면서도 수많은 경제인들을 나눔 활동에 선도한 강 대표는 이 사회 대표적인 ‘나눔지도층’이다.

그는, “중학교 다닐 적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왕복 8km의 통학길을 3년 내내 걸어 다녔다. 가난한 어린 시절의 정서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겠는가”라며 미소 지었다.

▲ “특별한 날, 특별한 의미 담아 사랑을 나눠요” - 이벤트 형 ․ 의미부여 형

지난 3월,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이는 부산대학교 로스쿨에 재학 중인 젊은 부부, 김윤헌 ․ 윤시내 씨. 이들 부부는 첫 아이의 돌을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돌잔치 비용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담당 사회복지사 이선주 씨는 이들 부부와 함께 기부금을 보다 의미 있는 곳에 전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중, 어린이재단 협력시설인 성애원을 떠올렸다.

성애원은 부모에게 버려진 0~3세의 영아들을 보육하고 있는 곳으로, 아이들이 9~10세가 되어 타 기관으로 이관될 때 제대로 된 돌사진 한 장이 없어 속상하다는 사회복지사의 말이 생각난 것이다.

부부는, “내 아이 한 명의 화려한 돌잔치 대신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돌사진을 선물할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다”라며 웃음 지었다.

후원자 유형 중 이벤트형은 아직까지는 소수에 해당하지만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어린이재단 후원자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세부터 7세까지의 미취학아동 후원자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2006년 132명, 2008년 34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1년 현재는 총 1,338명을 기록 중이다.


이는 부모가 자녀의 이름으로 후원하거나 가족 기부를 통해 가족 모두의 명의로 ‘특별한 나눔’에 동참하고자 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최근 자녀의 탄생이나 생일을 맞아 자녀 이름으로 후원을 시작하는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아이를 갖지 않거나 한 명만 갖기를 원하는 부부가 많아지면서 후원을 통해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 1:1 결연을 시작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전했다.

▲ “나눔도 국민의 의무죠” - 민주시민형

경기도 과천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재영(28)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매달 총 2곳의 사회복지기관에 각각 5,000원 씩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취업 후 일을 시작하면 사회에 일정액을 기부하겠노라고 생각해왔던 이 씨는, “적은 금액이나마 꾸준히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급여가 많아질수록 후원금의 액수와 단체를 늘릴 생각이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최근 국내 모 대기업에 입사한 예비사원 탁현미(26) 씨 역시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해외아동과의 1:1결연을 시작하기로 했다.

“막연히 오래전부터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정기적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비영리단체에 근무하는 아는 동생을 통해 좋은 단체를 소개받고 정기적으로 후원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 감성형

민주시민형과 대조적으로 대개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들의 후원 활동은 한해 중 ‘기부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연말연시는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1년 중 가장 집중적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요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외부의 감성적 자극에 반응하기만 하는 수동적 주체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사회적 분위기나 언론이 촉매제가 되어주기만 하면 이들은 스스로 뭉치고 움직이는 응집력을 발휘한다.

이를테면, 수술비 마련이 시급한 환아가 언론에 소개됐을 때 타인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감성형 후원자들은 매체를 넘나들며 모금 참여를 주도하는 ‘슈퍼 개미’가 되기도 한다.

실례로, 얼마 전 MBC를 통해 방영된 ‘엄마, 미안’의 주인공, 희귀병을 앓고 있는 서연이를 돕기 위해 이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으고 G마켓 클릭 기부에 동참하기도 했다.

G마켓 사회공헌 담당자 김주성 과장은,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네티즌들 중에는 방송을 통해 서연이의 사연을 접하고 안타까움에 눈물짓던 시청자들이 많다. 타인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들의 이타성과 풍부한 감수성이 실제 기부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물건도 사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어요” - 생활화형 ․ 실속형

사실 이들 중 일부는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후원을 실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기업들 중 상품 판매액의 일정액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착한 기업’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선행을 실천하게 되는 것.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서울 소재 S대학교 대학원생 이혜림(23) 씨는 ‘탐스슈즈’ 마니아다.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또 한 켤레를 제 3국의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탐스슈즈의 기업 정신에 푹 빠진 것이다.

이 씨는 신발 외에도 같은 품목 ․ 비슷한 가격이라면 가능한 ‘착한 소비’를 지향하려고 노력한다. “가격이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같은 물건이라도 좋은 의미를 담아 구매하고 싶어요. 친구들이 ‘이 물건 예쁜데 어디서 샀어?’라고 물으면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의미도 있다’라고 얘기해줘요. 그럴 때 마다 친구들은 제가 오늘따라 달라 보인대요.”

▲ “기부요? 마음 내킬 때, 기회 될 때마다 조금씩 해요” - 예측불가형

이에 해당하는 이들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이면서도 기부 행태를 유형화시키기 가장 어려운 이들에 속한다. 그때그때 후원의 이유가 다르다.

이를테면 처리할 길 없이 지갑에 뚱뚱하게 쌓여만 가는 동전들을 ‘이 참에 좋은 일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후원을 위해 마련된 식당 계산대 저금통에 ‘우루루’ 쏟아 넣기도 하고, 회사나 학교 동아리의 지각 벌금 모금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모금된 금액을 기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재단 홍보브랜드팀 이서영 팀장은, “이 유형의 후원자들은 대체로 나눔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 취약 계층을 돕는데 뜻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크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기부자들의 착한 마음도 천태만상인 시대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개개인의 개성이 강해지는 사회 속에서 기부자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 재단에서는 직원들마저도 감동시킨 후원자들의 이러한 가지각색 미담들을 책으로 엮어 발간할 예정이다”라며, 어린이재단이 지난 63년 역사 속에서 만나온 후원자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대중들에게 감동을 담아 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 자료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www.childfund.or.kr)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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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04 11:14:42 수정 201107041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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