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6월의 가볼만한 여행지로 수원 화성, 경북 경주, 경북 안동, 서울 종로, 전남 순천, 전남 여수, 전북 전주 등 7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여름의 문턱 6월.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이 떠나는 사람의 발걸음 도한 가뿐하게 만든다. 많은 짐도 필요 없다. 물 한 통 들고 네 번째 여행지 서울 종로로 떠나보자.
조선시대에는 도성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청계천을 경계로 북쪽은 북촌, 남쪽은 남촌이라 불려졌다.
북촌은 집권세력인 사대부들의 주거지였고 남촌은 중인들이나 벼슬을 하지 못하는 선비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또한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삼청동, 팔판동, 계동, 가회동, 원서동 일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현재 이 지역은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양반가옥들이 가장 잘 보존되어 오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옥과 정갈하게 정돈된 골목길의 향수를 찾아 사람들은 북촌을 걷는다. 이들 중에는 눈부신 경제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찾아서 기꺼이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북촌을 제대로 관람하려면 관광안내소에 비치된 북촌지도를 손에 들고 북촌8경을 따라가 보는 것이 어떨까.
북촌길 동쪽 끄트머리쯤의 원서빌딩 앞 제1경 포토스팟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친 창덕궁의 기왓골과 오래된 회화나무의 휘어진 나뭇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창덕궁 길을 따라 계속 북쪽으로 걸어가면 궁중음식연구소를 지나게 되고, 창덕궁의 신선원전 담장 밖에 만들어진 빨래터를 만난다. 이곳에서 궁녀들이 빨래를 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빨래를 하던 돌 빨래판이 남아있다. 이 빨래터 초입이 북촌2경 원서동 공방길이다.
북촌에 들른 김에 한옥숙박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하게 뚫린 대청마루에서부터 마당의 정자, 연못에 이르기까지 선비들의 풍류와 멋스러움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락고재한옥체험관 주변으로는 북촌 3, 4, 5, 6, 7경이 모여 있다. 비탈진 골목을 올라갈수록 골목길과 한옥의 기왓골 사이로 서울 중심이 드러나 보인다.
특히 6경의 '포토스팟'은 언제나 셀카를 찍거나 단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오르막을 향해 걷다가 팔을 벌려 셀카를 찍으면 자신의 모습 뒤에 남산의 서울N타워가 함께 찍힌다. 이곳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와 단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북촌에서 사랑받는 곳 중의 하나가 정독도서관과 서울교육박물관이다. 정독도서관 터는 사육신 중 한 분인 성삼문이 살던 곳이며 경기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들어선 정독도서관 앞에는 서울교육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삼국시대의 교육에서부터 근대교육까지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1970~80년대의 학교 교실, 문방구, 운동회날, 소풍 장면 등이 정겹게 재현되어 있다. 특히 교복자유화 이전에 학생들이 걸쳤던 교복과 책가방, 신발들이 눈에 들어온다.
교복 세대가 아닌 젊은이들에게는 키득거림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촌스러움이 배어있을지 모르지만 교복과 더불어 학창시절을 보냈던 세대들에게는 아스라한 추억이 하나둘 피어오른다.
화개길 북쪽의 북촌8경은 삼청동 길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인왕산, 북악산을 조망할 수 있다.
십장생의 굳건함을 그대로 간직한 인왕산의 바위에서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꿋꿋함이 그대로 펼쳐져 보인다.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북악산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삼청동은 북촌에 비해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다. 동십자각에서 시작하여 삼청동 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래도록 터를 다져온 갤러리나 음식점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삼청동길은 언제나 생동감이 배어있다. 현대인들의 입맛과 유행을 맞추려는 음식점, 카페, 소품 가게들이 매일같이 옷을 갈아입는 듯 산뜻하다.
작은 소품가게들에서부터 아이스크림 가게, 디자인이 독특한 카페들이 삼청동을 예쁘게 꾸며주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신한 가게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이지만 어느 구석에는 이러한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습을 지키는 오래된 방앗간도 눈에 띄어서 재미를 더해준다.
삼청동길을 계속 오르면 삼청공원에 닿는다. 우거진 숲에 들어서면 시끄러운 세상과 잠시 작별한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어른들은 소설가 염상섭의 동상 옆에 앉아 명상을 즐기거나 숲길을 산책을 하느라 여념이 없고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거나 놀이기구를 타며 즐겁게 보낸다.
삼청공원에서는 말바위 전망대나 와룡공원 정상으로 길이 이어진다. 내친 김에 서울성곽 트레킹도 욕심내볼 만하다. 말바위전망대에서 숙정문까지는 20분, 숙정문에서 창의문까지는 40분이 걸린다.
인사동길 여행은 안국동 오거리 인근의 북인사마당이나 종로2가 로터리와 가까운 남인사마당공연장 중에서 편한 곳을 출발지로 잡는다.
인사동길은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다. 삼청동에서 발원하여 관훈동∼인사동∼광통교∼청계천으로 흐르는 하천인 안동천 물길을 따라 생겨난 길이다.
조선 초기 북촌에 모여 살던 양반들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인사동에 집을 마련하는 경향이 많았으며 이것이 인사동 문화거리의 밑바탕이 됐다.
인사동길은 전통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골동품과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는 화랑 등 문화공간이 밀집되어 있어 ‘문화가 살아 숨쉬는 민속박물관’이라는 표현도 듣는다.
조선시대에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하던 관아인 ‘도화서’가 지금의 인사동에 있었다는 점, 가내수공업자가 몰린 종로가 가까웠다는 점 등이 오늘날의 인사동의 뿌리가 되었다고도 한다.
또 인사동길은 3․1운동의 대표적 유적지이기도 하다. 한미빌딩 앞에 세워진 민영환선생자결터, 삼일독립선언유적지 등이 그 같은 역사를 대변해준다.
1905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조약이 체결될 당시 이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끝내 실패하자 홰나무골에 피신하였다가 민족의 자주독립정신을 고취하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터가 바로 지금의 자리이다.
바로 옆 태화빌딩 1층 로비에 들어가면 민족 대표들이 삼일독립선언을 하는 장면을 담은 대형 기록화가 걸려 있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한편 가족 단위 골목투어는 인사동 홍보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문화관광해설사들은 방문객들과 함께 조계사→민영환선생자결터→삼일독립선언유적지→인사동 네거리→천도교중앙대교당→운현궁 코스로 돌면서 구한말의 역사 이야기를 듬뿍 들려준다.
오늘날 인사동길은 역사문화의 거리라는 성격을 근간으로 쌈지길 같은 다목적 공예점, 노점상, 거리의 화가, 신세대풍 카페 등이 늘어나 나날이 그 모습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인사동길을 ‘매니스 앨리’라고도 부른다. ‘많은 것들이 널려 있는 골목’이라는 뜻이다.
[여행 코스]
• 당일
① 운현궁→북촌 한옥마을→삼청동→삼청공원→서울성곽
② 조계사→인사동→북촌 한옥마을→삼청동
• 1박2일
첫째날/ 청계천→인사동→삼청동→삼청공원→서울성곽
둘째날/ 경복궁→북촌 한옥마을→창덕궁→창경궁
[대중교통]
• 북촌: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 3번 출구 이용.
• 삼청동: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이용. 11번 마을버스로 갈아 탐.
•인사동: 지하철 1, 3호선 종각역 3번 출구 이용.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이용.
[자가운전]
• 경부고속도로 반포나들목→남산 3호터널→광화문광장→삼청동, 북촌
• 경부고속도로→한남대교→남산 1호터널→보신각→인사동
<사진 정보 및 출처: 한국관광공사>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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