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영국 런던에서 아주 독특한 패션쇼가 열렸다.
기존의 패션쇼와는 다르게 런웨이 앞에 카메라가 있고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를 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원하면 볼 수 있는 패션쇼가 열렸던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버버리는 //live.burberry.com 의 사이트를 통해 버버리의 모든 쇼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2010년 가을, 버버리는 또 한 번 새로운 시도로 3D 생중계를 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3D 패션쇼는 런던, 두바이, 파리, 도쿄, 뉴욕 등 패션으로 유명한 도시들에서 열려 참가자들은 입체안경을 착용하고 패션쇼를 관람했다.
인터넷으로 심지어 시청자가 의견을 올릴 수도 있었던 이 패션쇼를 기획한 브랜드는 다름아닌 트렌치코트와 체크무늬가 떠오르는 버버리였다.
신소재 옷감, 개버딘이라 쓰고 혁신이라 읽는다
버버리의 창업자 토마스 버버리는 런던에서 포목상을 운영하며 비가와도 잘 스며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옷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888년, 미리 방수 처리한 면사로 직물을 짠 뒤 다시 한 번 방수가공 처리한 '개버딘(Gabardine)'이라는 옷감을 개발해냈다. 개버딘이란 '순례자가 입는 겉옷'을 뜻하는 스페인어 '카발디나'에서 유래한 이름이었다.
개버딘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할 뿐 아니라 구겨짐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고 항상 축축한 영국 기후에 안성맞춤이었다.
트렌치코트 탄생 - 패션 NO! 실용성 YES!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 연합군 전쟁사령부는 전투용 코트를 버버리에 의뢰했고, 현재 버버리 트렌치 코트의 디자인이 그때 탄생했다.
수류탄과 지도 탄약통이 든 가방을 갖고 다닐 수 있도록 D형 고리가 생겨났고 쌍안경과 가스 마스크를 고정시키기 위해 어깨 견장도 추가됐으며, 오른쪽 가슴에 덧단을 댄 것은 장총을 쓰다가 개머리판이 닿아 원단이 마모되는 것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트렌치(trench)'라는 말 자체가 군인들이 적의 탄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참호를 뜻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그동안 전쟁터에서 자신을 지켜주었던 코트를 버리려하지 않았고, 전쟁용 외투였던 트렌치 코트를 레인코트로 입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계절과 유행에 구애받지 않는 영원한 클래식, 버버리 코트가 탄생한 것이다.
트랜치 코트를 왜 버버리라고 부를까?
개버딘으로 만든 코트는 우수한 품질과 실용성 덕분에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명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국왕이 토머스 버버리가 만든 개버딘 코트를 입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라고 말한 것이 널리 퍼지면서 버버리는 곧 트렌치 코트를 이르는 패션 용어가 됐다.
버버리의 위기, 고전 속에 현대를 담아라
90년대로 들어서면서 버버리도 위기를 맞았다. 디자인은 늘 같고 아이템은 한정적인 버버리에 소비자들은 식상했다. 브랜드 자체를 노인들이나 입는 옷이라며 외면했다.
이후 버버리 브랜드는 혁신을 모색하며 무엇보다 버버리의 오랜 틀을 깨는 디자인을 연구했다. 이를 위해 질 샌더의 선임디자이너였던 로베르토 메니체티를 기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앉혔다.
어깨를 좁게 하고 린 컷을 현대화시켰으며, 커피에 세탁하여 고전적 이미지에 변화를 준 체크 무늬로 새롭게 태어난 트렌치 코트는 젊은층까지 버버리의 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기존의 버버리 패션에서 볼 수 없었던 가죽의 사용도 신선한 이미지로 젊은층에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8/99 컬렉션에서 선보인 빨간 토마토 색상의 트렌치 코트와 사랑스런 애완견이 주인과 파트너 룩으로 차려입고 거리를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버버리 애완견용 트렌치 코트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버버리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1백40년 전통의 버버리는 이러한 작은 변화를 통해 영원한 청춘을 구가하며 명품의 품위를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왜 버버리의 블루 · 블랙 라벨은 일본에서만 팔까?
버버리의 블루와 블랙 라벨은 일본의 산요상사가 영국 버버리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블루 라벨은 여성과 남성 캐주얼라인, 블랙 라벨은 남성 정장과 포멀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일본 내에서의 버버리 판매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오랜 전통을 지닌 오리저널 버버리 이미지에 젊은 감각을 더해 기존의 버버리 스타일에 식상함을 느끼는 젊은층이 주 고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멀티숍이나 온라인상에서만 구매가 가능한데 국내 매장이 없어 모조품이 남발하는 브랜드니 구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
TIP. 버버리 블루 · 블랙 라벨 진품 판별법은?
일본과 중국 두 곳에 있는 제조 공장에서 만들고 이곳 이외의 생산지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모조품이니 주의할 것. 한마디로 Made in China라 해도 가짜가 아니라 오히려 진품이다. 라벨도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로 기재돼 있다.
[자료출처]
- 사진: 버버리 홈페이지 / 네이버 카페 코디악
- 도서: 이것이 명품이다(조미애/홍시)
에디터 T의 스타일 사전(김태경/삼성출판사)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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