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제냐: 비싸기는 하지만 너무 비싸지는 않아요. 가격이란 품질과 옷의 가치에 달려 있으니까요.
스무 살의 제냐, 영국을 경쟁상대로 삼다
제냐의 창업주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스무 살이 됐을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원단공장을 물려받았다.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일감을 받아 운영하는 하청공장이었다.
야심만만한 청년 제냐는 당시 세계 최고였던 영국의 직물업계를 경쟁상대로 삼았다. 기존의 낡은 프랑스 직조기를 새로운 영국식 기계로 바꾸고 최상의 원자재를 직수입했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머지않아 이루어졌다. 그는 1930년부터 원단의 가장자리에 ‘에르메네질도 제냐’라는 이름을 박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부심의 표현이자 앞으로도 최고를 지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최고의 품질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제냐의 철학과 자존심은 백 년이 지난 오늘까지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고스란히 지속되고 있다.
비싸지만 완벽한 양복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더불어 세계 최고급 남성복의 양대 브랜드로 꼽히는 제냐의 신사복 한 벌의 가격은 보통 2백만 원에서 3백만 원대. 이것을 훨씬 넘는 것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양복 브랜드 중 하나다.
그러나 제냐가 남성복 최고의 명품으로 자리 잡은 것은 비싼 가격 때문이 아니다. 투철한 장인정신 때문이다.
제냐는 창업주로부터 4대를 이어온 현재까지도 좋은 원료를 써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원칙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다.
양복감의 가장 중요한 소재인 울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매년 그해 최고의 울을 선정해 상을 주고 있다.
제냐 맞춤 슈트 제작 기간은?
맞춤 슈트 한 벌의 제작 기간은 30~35일.
직물을 씻어내고 염색한 후 마지막으로 세탁하는 과정에 쓰이는 수질이 원단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냐의 생산 공장은 맑은 공기와 차고 깨끗한 물이 있는 산 속 해발 700m 지점에 있다.
한 벌 정장이 만들어지기 까지 보통 상의 1백10 조각, 하의 70 조각으로 이루어진다. 이 조각들은 양복 한 벌에 들어가는 1백40여 개 부품과 함께 재봉, 다림질 등 약 1백80공정을 거쳐 진행된다. 다림질 작업만도 25차례나 이루어진다.
또한 원자재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관장하는 통합체제이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 제품에 비해 제작과 유통 경로에 시간이 더 소비된다.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와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옷이니 약 한 달 정도 소요는 당연하다.
디자이너가 없는 명품 패션 브랜드
제냐에는 대표 디자이너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없다. 디자인 담당부서는 물론 있지만 명칭은 ‘머천다이징팀’이다.
‘명품 패션 브랜드가 디자인을 이렇게 홀대해서 과연 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제냐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원단’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재단사들 사이에서 제냐 원단의 명성은 엄청났다. 일례로 원단의 품질이 아주 뛰어나서 고객이 입던 슈트 원단의 안과 밖을 뒤집어 슈트를 다시 만들 수도 있었다.
오늘날의 제냐 원단은 명실 공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수출품으로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르사체, 구찌, 페라가모 등은 물론, 자동차 회사들도 최고급 차량의 시트에는 제냐의 원단을 사용한다.
제냐 남성복이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이전부터 제냐의 원단은 국내 신사복 업체나 소공동의 맞춤 양복점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었다.
제냐의 특별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지하철 광고를 했으며, 전문경영인이 아닌 대를 이어 가족이 경영을 하고 심지어 회사의 인터뷰 또한 가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제냐는 CEO인 질도 제냐, 회장 파올로 제냐, 이미지 디렉터로서 회사의 모든 홍보를 담당하는 안나 제냐 그리고 베네데타, 로라, 레네타 제냐에 의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명품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출처]
- 사진: 에르메네질도 제냐 홈페이지
- 서적: ‘이것이 명품이다’(조미애/홍시)
‘에디터 T의 스타일 사전’(김태경/삼성출판사)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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