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스톡
온라인을 통한 성희롱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30대 여성 김모 씨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 쪽지로 온 '이것 좀 한 번만 급하게 봐달라'는 메시지를 눌렀다가 느닷없이 남성의 나체 사진을 전송받았다.
처음에는 화들짝 놀랐지만 이미 여러 차례 유사한 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기에 메시지를 삭제하고 계정을 차단했다.
김씨는 "원하지 않는 사진을 전송받거나 '스타킹이나 속옷을 팔아달라'는 성희롱성 메시지를 받는 게 1년에 대여섯 번은 된다"며 "옛날에 길거리에서 활동하던 '바바리맨'이 이제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가 횡행하는 가운데, 자신의 나체 사진이나 성적 이미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 성적 수치심을 주는 '사이버플래싱'(cyberflashing) 피해 사례 또한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3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지원받은 '사이버 괴롭힘' 피해자는 2018년 251명에서 지난해 500명으로 5년 사이 2배가 됐다.
보고서는 휴대전화 등 통신매체를 통해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희롱을 하거나 성적 촬영물을 일방적으로 전송한 경우 등을 '사이버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괴롭힘 피해자 중 여성은 90.2%(451명), 남성은 9.8%(49명)였다. 연령별로는 10대(192명·38.4%)와 20대(232명·46.4%)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직장인 손모(여·27)씨도 텔레그램 메시지로 성기 사진과 함께 하트 모양 이모티콘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손씨는 "누가 보냈는지 모르니 혹시 지인은 아닐까 싶어 무서웠다"며 "텔레그램은 추적이 쉽지 않다고 해 신고해도 누가 수사할까 싶어 일단 상대를 차단했다. 하지만 새 계정을 파서 또 그런 짓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토로했다.
여기에는 아이폰의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인 '에어드롭'이 이용되기도 한다. 에어드롭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이용해 반경 약 9m 이내의 모든 애플 기기에 익명으로 사진과 파일 등을 보낼 수 있다.
지난해 등굣길 버스정류장에서 에어드롭으로 나체 사진을 전송받았다는 여대생 주모(22)씨는 "옆에 있던 여자도 휴대전화를 보고 놀랐는데 근처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그런 사진을 막 뿌린 거 같다"며 "또 그런 일을 당할까 봐 겁이 나 에어드롭 기능을 아예 꺼놨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신고할 생각을 접는다. 메시지 발신자를 추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처벌 수위도 낮아 신고해도 제대로 죗값을 묻기 어려울 거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9-09 09:29:50
수정 2024-09-09 09:2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