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학력전수 평가가 사실상 부활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심해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당국에 전수평가 시행을 지시한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국단위 시험을 폐지하고 전국 중3·고2 학생 중 3%만 표본으로 뽑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초3부터 고2까지 원하는 모든 학생이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치를 수 있다.
11일 윤 대통령은 교육부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이날 발표한 ‘제1차 기초학력 보장종합계획(2023~2027)’과 관련해 "지난해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장이 학년 시작일로부터 2개월 안에 학습 지원이 필요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하게 된다. 교육부는 이같은 선정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도입하고,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확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금까지 학업성취도 평가에 이용되어 온 대표적 도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1998~2007년) 때 표집 방식이었다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 전수방식으로 바뀌어 ‘일제고사’로 불렸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2017년 전국 3% 표집 방식으로 바뀌며 일제고사는 폐지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장한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학생 줄 세우기’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교육당국은 우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그대로 3% 표집 방식을 유지하며, 여기에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평가를 신청한 학교의 초6·중3·고2 학생들은 모두 컴퓨터를 이용해 시험을 치르게 된다.
또 평가 대상 학년은 내년에 고1·초5를 포함하고, 2024년에는 초3~고2까지 9개 학년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2012년 도입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도 확대한다. 국가가 개발한 진단 도구를 이용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을 가려내는 시스템으로, 기존에는 초1~고1만 대상이었으나 2024년부터 고2까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제고사의 부활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참여를 원하는 학교에 한해 평가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이 평가에 참여하는 '전수평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새로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개학 후 2개월 안에 반드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 도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 전체에 '자율평가'를 의무화한 곳도 있다. 지난달 부산교육청에서는 관내 모든 학교에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필수적으로 참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