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소통되는 광범위적 소셜네트워킹이 긴밀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회적 어두운 단면은 잠식된 채 음침한 사각지대의 그림자는 작아질 줄 모른다. 어른의 무관심이 짙게 만드는 그림자.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늘일까 그림자일까.
프로미식축구 스포츠 스타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사회적으로 방치된 아이들을 향한 어른의 온당한 시선과 태도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마약 중독자였던 어머니로부터 강제로 격리된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마이클 오어(
퀸튼 아론). 그를 눈여겨 본 미식축구 코치의 발탁으로 상류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된다. 온통 백인뿐인 학교에서 흑인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마이클은 동물원 원숭이다.
마이클은 주변의 시선보다 자신을 돌봐주던 마지막 집에서조차 머물 수 없게 되자 하루하루 잘 곳과 먹을 것을 해결하는 문제가 더 고민스럽다. 어렵게 진학하게 된 고교는 가난과 편견의 굴레에 갇혀있던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줄 좋은 기회지만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마이클에게 수업과 운동은 뒷전으로 밀린다.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 없이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클에게 내일의 희망은 있는 걸까. 비 내리던 추수감사절 전날 밤, 차가운 날씨에도 반팔 셔츠만 걸친 채 체육관으로 향하던 마이클은 리 앤 부부를 만나게 된다. 리 앤은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마이클이 지낼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주저함 없이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함께 지낸 하루 이틀, 삼일. 의심 어린 편견 없이 그를 기꺼이 맞아준 리 앤과 그녀의 가족을 통해 마이클은 사회의 외면과 차별 속에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마침내 리 앤 가족의 도움으로 성적까지 향상된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미식 축구 훈련을 시작하며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더욱이 리 앤이 그의 법적 보호자를 자청하며 마이클에게도 가족이 생긴다.
그러나 그와 달리, 같은 환경에 나고 자랐던 마이클의 친구 데이빗은 아버지 없이 위탁 시설을 들락거리다 동네 갱단 싸움으로 일찍이 목숨을 잃고 만다.
리 앤은 말한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내 아들 마이클이 그렇게 될 수도 있었지만 아니었다. 그래서 난 신께 감사드린다”고 말이다.
'마이클'과 '데이빗'. 데이빗에게도 마이클이 만났던 리 앤 가족과 코치님을 만났더라면 삶이 좀 달라졌을까? 뜻있는 ‘기부’라고 서로를 치켜세우고 누군가는 ‘선행’을 자랑삼아 말하기 급급해 한 아이를 동정에 대상으로 만드는 어른들의 섣부른 행동은 변화의 실마리도 못 찾겠지만 편견 없는 시선은 아이들에게 변화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사진:네이버 영화 캡쳐
오유정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