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삶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엇을 할까? 대답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딸 세라에게 세상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였다. 그리고 그 내용을 책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문 "제가 세상에 없을 때도 책은 존재하니까요. 책 내용을 보면 아이가 아빠의 생각을 알 수 있죠. 세라가 이곳을 놀이터 삼아서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며 즐겁게 지내는데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됐으면 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가 다음 물음표였다. 고민을 거듭한 결론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빨리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데이터경영연구소 문석현 소장은 아빠로서 비유 대신 직설을 선택했다.
문 소장은 지난해 2월 경영서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갈매나무)'를 내놨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미래가 원하는 아이(메디치미디어)'를 출간했다. 이번에는 육아서였다. 경영서에서 육아서로, 얼핏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운 두 분야를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문 "다른 분야 같지만 실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썼던 책이 핵심은 같아요. 저는 첫 책에서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할지를 언급했어요. 국내에서는 데이터를 아주 잘 활용하는 기업을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원인을 찾아봤어요. 한국식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었어요. 데이터가 힘을 발휘하려면 자유로운 소통 문화가 전제로 깔려야 하거든요. 경쟁력을 갖추려면 직급에 상관없이 다 같이 소통하고 비전을 공유해야 해요. 하지만 한국 교육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수평적인 문화를 학습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 부모가 가르치는 가정교육부터 이런 점을 가르치면 훗날 글로벌 경쟁에서 아이들이 후회하거나 뒤처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펜을 든 이유 중 하나에요"
그는 미래 사회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아이를 원한다고 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접하면 움츠러들고 귀찮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거부감이 덜하다고 말한 문 소장은 아이의 거부감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문 "여행과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당장 가까운 해외를 나가도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죠.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양성을 접하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어요. 보이는 게 많아지고요. 그러다보면 처음 접하는 상황에서도 아이가 겁을 덜 먹어요. 인생 전체를 보면 큰 자산인 셈이죠. 사람을 만날 때는 되도록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종사자들을 만나게 하는 게 좋아요.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지 판단할 때 속도를 내서 빨리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닫기 역할을 할 겁니다"
문석현 소장은 저서에서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는 것이 인공지능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시기의 마지노선이 있는지 묻자
문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이 때까지다'라는 건 없다고 봅니다. 노년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경우가 많아요. 역사가 말해주고 있죠. 젊은 시절이 아깝기는 하지만 평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은 것에 비하면 후회할 일은 아니에요. 다만, 특수한 경우는 있어요. 운동선수처럼 생애 특정 기간에 기량이 월등하게 나타나는 분야라면 성공확률 측면에서 시기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라고 답했다.
결국 소질이 있고 적성에 맞는 일을 빨리 찾으면 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아직 세상의 많은 부분을 접해보지 않은 아이는 경험을 해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지, 오랫동안 이어질 관심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부모의 조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의 선생님인 부모도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가장 간단한 공부 방법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으니까요.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가 있으면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어보세요. 그런데, 아이는 생각보다 관심사가 빨리 바뀌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00이 좋아'라고 말한 다음에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 좀 늦은 감이 있어요. 평소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다 싶으면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게 필요합니다. 여건이 어렵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만날 시간을 만들어주거나 아이와 부모가 같이 공부하고 탐구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또한 그는 자녀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데 익숙해지도록 지도할 것을 조언했다.
문 "저는 아이가 계속 도전하도록 격려할 거예요. 제3자의 평가를 받을 기회를 늘려줄 목적으로요. 악기를 배운다고 한다면 작은 대회라도 준비하고 결과를 보자고 하려고요. 그렇게 하면 아이가 자신의 위치를 금방 알게 되죠. 사실 냉정하기는 해요. 하지만 결과를 계속 접하면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아이가 직접 확인해요. 소질이 없다는 것도 몇 번 해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깨달아요. 아이가 자발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죠"
아이가 자신감을 만끽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척점에 있는 그의 육아론에 '실패'라는 단어를 내밀었다. 사회의 민낯까지는 아니더라도 풀메이크업이 아닌 베이스 화장만 한 부분을 봤을 때 아이는 좌절을 감당할 수 있을까.
문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실패를 경험해요. 중요한 건 실패해 넘어졌을 때 무릎을 툭툭 털고 곧장 일어날 수 있는 의지와 힘이에요. 실패라는 게 인생에서 보면 정말 별 거 아니거든요. 하지만 때론 당사자에게는 죽고 싶은 힘든 일이죠. 그래서 저는 실패와 성취를 어렸을 때부터 모두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패를 통해 본인을 진단하고 인정할 줄 알아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거든요.
대신 아이가 실패했을 때 부모가 다독여 줘야죠. 남들이 얼마나 힘들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성공하는지 알려주세요. 실패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면 커서 괴로운 일을 당해도 아이의 자존감이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이어 그는 실패를 다르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문 "아이가 실패라고 생각하면, 그래서 한없이 좌절한다면 다음 성공을 위한 초석이라고 설명하세요. 실패가 아닌 '성공 연습'이라고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 주는 겁니다. 어제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지닌 발전하는 아이의 오늘을 칭찬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부모로서 어떤 이정표를 보여줘야 할 지 물었다.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으로 성과를 쌓은 그는 '가장 위험한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답했다.
문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길이 가장 위험할 수 있어요.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되면 사람이 둔감해져요. 계속해서 깨어있고 촉을 민감하게 다듬어야 해요. 아이에게 버겁지 않을까 염려될 겁니다. 하지만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꾸준히 연습하면 익숙해지고 점점 발전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핸들링도 할 수 있게 되죠. 미래에 생존하면서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인재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됩니다"
장소협찬 : 토즈 모임센터 강남 컨퍼런스점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8-02-12 14:45:03
수정 2018-02-13 16:3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