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있는 곳에 가득한 울음과 갈등. ‘내 것이네, 네 것이네’ 실랑이를 시작으로 ‘네가 먼저 했잖아’ 변명이 오가고 이내 터지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갈등의 끝을 알린다.
가족 관계가 아닌 친구 혹은 타인과 다툼은 순간이고 언제든 피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 형제의 다툼은 다르다. 내내 붙어있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 싸움이 될 여지가 농후하다.
실제 아들 하나, 딸 아이 하나를 슬하에 둔 남매의 부모 A씨는 남매의 싸움을 간신히 제재하고 뒤돌아서면 다른 문제로 또 싸움이 일어난다고 푸념 섞인 대답을 했다. 가정에서 번번히이 일어나는 형제의 싸움은 말릴 겨를도 없고 멈출 재간도 없다는 A씨. 간헐적이 아닌 지속적인 형제의 싸움은 부모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부추기고 스스로를 탓하게 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또래와의 갈등, 형제와의 다툼은 자기중심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유아동기에 아동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하다. 가정에서 형제, 자매가 있는 경우 싸움은 빈번하기 마련이다.
아동에게 갈등과 다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불편한 상황을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동은 내 마음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음을 배우고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따라서 놀이상황에서 빚는 갈등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쓰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 낯설고 불편한 아동이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이런 논거는 물리적인 영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해당한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동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동의 경우, 동생이 태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더라도 동생이 태어나면서 맞이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 터. 더불어 혼자서 받던 관심을 동생과 분산될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동생과 나눠서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아동이 보이는 태도는 성향과 기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동생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이 내재된다.
부모는 아동의 입장에서 상황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기 이전에 사랑, 질투, 시기 등 미묘하게 얽혀 있는 감정을 읽어줘야 한다. 부모의 의연한 태도와 유능한 대처는 형제의 실랑이를 잦아들게 하는 것은 물론 부모에 대한 신뢰감도 키워간다.
◆'형제의 다툼'을 다룰 줄 아는 부모
질서를 확립해주자
아이들에게 서열을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어디 언니한테 대들어’,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고루한 구시대적 표현인 것 같지만 사실 맏이에 대한 권위와 동생에 대한 인정을 분명하게 할 때 형제는 서열을 뒤집으려 애쓰지도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단, 표현의 방식이 위와 같다면 곤란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권위적인 어투 대신 공감의 언어를 사용해 표현을 바꿔 말한다면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문장으로 탈바꿈한다. 서열은 권위적인 것이 아닌 질서이며 이런 질서는 아이들에게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게 한다.
판단하지 말기
아이가 느끼기에 부모가 공정하다고 생각돼야 한다. 부모는 누구의 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줄 뿐이다. 만약 부모가 상황에 따라 누구의 편을 들어준다면 형제와의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부모를 제 편으로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형제가 벌이는 실랑이에 끼어들 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마주한 상황을 인정해주고 공감해주어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아동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속상했는지 자신의 감정을 공감받는 것이다. 지레짐작으로 섣부른 판단도 주의하자.
수치스럽지 않도록 훈육하자
아이도 부모의 말에 무안해하고 부끄러워하며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간혹, 사람이 많은 곳에서 격양된 목소리로 아이를 향해 소리치는 부모가 있는데 아이에게 절대 훈육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바깥에서 다툼이 벌어진다면 그 순간 제지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집에 돌아와 다시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효과적.
혹은 그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석진 곳이 있다면 아동의 정면은 벽을 향하고 부모의 시선이 사람들을 응시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보자. 또한 아동이 자신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관해 설명할 때, 같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씩 말할 기회를 주며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룰을 정하여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자.
오유정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