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의 발언이다.
지금 우리 사회 정신이 아동의 행복을 바란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사회정신은 어떤지 성찰해보자. 아이를 능동적이 아닌 피동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면, 자유롭게 자기주장이 가능한 시민을 키우는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Child Friendly Cities, CFC)'를 주목하자.
아동친화도시는 아동의 의견을 도시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하고 정책과 법, 프로그램과 예산을 세울 때 아동 권리를 고려하는 지역사회다. 이 지역사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함으로써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고 모든 아동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한다. 여기에서의 '아동'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명시한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을 의미한다. 단순히 미취학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니세프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화가 가속 페달을 밟으며 오는 2025년에는 전 세계 개발 도상국가 아동의 60%인 약 10억 명 이상의 아동이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다. 이 중 50%는 빈곤 속에 살며 도시 빈민가에 거주하는 아동은 앞으로 25년간 2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를 방치하면 도시가 아이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의 의미가 보다 커져야 하는 이유다.
다음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권리 3팀 성종은 팀장과의 일문일답.
kizmom 아동친화도시를 설명해달라
아동친화도시에서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들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 주체들이 힘을 모은다.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의식과 행동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동권리협약은 지난 1989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며 우리나라는 1991년 비준했다. 이 협약은 ▲무차별 원칙(아동은 모두 동등한 권리를 누릴 것) ▲ 아동 최선 이익의 원칙(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시 아동의 이익 고려) ▲ 생존과 발달의 원칙(아동의 생존을 위해 보호와 지원 필요) ▲ 아동 의견 존중의 원칙(아동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 부여) 등의 네 가지 일반 원칙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성북구가 최초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으며 현재 서울 도봉구를 비롯해 국내 총 45곳이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동참하고 있다. (2017.10월 기준)
kizmom 국내 아동친화도시 인증 지자체 현황은
현재 총 14개의 지자체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서울 성북구, 완주군, 부산 금정구, 군산시, 서울 도봉구, 송파구, 강동구, 오산시, 전주시, 충주시, 서울 종로구, 광주 서구, 수원시, 세종시 순서다.
아동을 위한 지자체 조성에 관심 있는 단체장들과 함께 협의회를 구성했다. 프랑스가 이와 유사한 조직체를 갖고 있다. 유니세프 프랑스위원회는 ‘프랑스 시장 연합회’라는 조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아동친화도시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벤치마킹해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이하 APCFC)를 만들고 협력하고 있다.
kizmom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APCFC)란
아동친화도시 인증 이전에는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인증 이후에는 효율적인 홍보 창구 역할을 하는 곳이다. APCFC 가입 자체가 아동이라는 약자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포럼, 간담회, 워크숍, 해외사례조사 등을 통해 아동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고민을 공유한다. 실제로 협의회에 소속된 많은 공무원들이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열의를 갖고 있다.
kizmom 아동친화도시는 지역마다 모습이 다른가
그렇다. 물론 기본적으로 유니세프가 제시하는 9가지 사항은(▲아동의 참여 ▲아동 친화적인 법체계 ▲아동권리 전략 개발 ▲아동권리 전담 기구 ▲아동에 미치는 영향조사 및 평가 ▲아동 관련예산 확보 및 분석 ▲ 정기적인 아동 실태 보고 ▲아동권리 홍보 ▲아동을 위한 독립적 대변인) 공통이다. 국내는 여기에 ▲아동 안전을 위한 조치를 추가한 10가지 원칙이 있다.
해당 지역사회마다 상황에 따라 추구하는 부분이 다르다. 개발도상국은 일반적으로 아이의 생존과 생활에 관련된 부분을 중시한다. 깨끗한 식수와 화장실, 쾌적한 주거환경 등을 보장하는데 주력한다.
선진국은 조금 다르다. 생존과 관련된 요소는 기본적으로 갖췄기 때문에 아동의 인권, 지역사회 의사결정 참여에 무게 중심을 둔다. 이를테면 지역의 놀이터나 공원을 폐쇄할 때 사용자인 아동의 의견이 반영되는지 확인하고 아동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집중한다.
kizmom 아동친화도시가 갖는 혜택은
아동친화도시의 혜택은 지역사회 전반에 돌아간다. 하지만 금전 제공이나 시설 건립 등 가시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친화도시가 된다고 해서 '집짓기를 끝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동의 관심, 욕구, 특성을 고려해 집을 지을 수 있는 기초를 다졌고, 이제 집을 지어도 된다는 시작점을 뜻한다고 봐야 한다.
국내에서는 사업이 시작된 지 불과 2년이다. 이제 막 인증 지자체들이 생기고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 5년, 10년 후 아동친화도시들의 시민의식과 그로 인한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분명 결이 다를 것이다. 아동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의미는 사회의 약자 계층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것이 혜택이다. 우리는 이런 곳을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kizmom 아동친화도시의 국내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아동친화도시'라고 하면 도시의 외형적 변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아동친화도시가 단기간의 결과물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님을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게 남겨진 과제다. 긍정적인 것은 시장, 구청장, 군수를 비롯해 이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변화다. 이들에게는 아동권리협약, 아동의 참여, 아동의 이익 고려라는 단어가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아동친화도시 개념이 확산될 것을 기대한다.
주목할 만한 아동친화도시 스위스…국내도 적극적인 아동 참여 유도
아동친화도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국외와 국내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위스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숲학교를 조성하고 학교 공간 설계에 아이가 그린 그림을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공터에 아동을 위한 광장을 세우거나(군산), 어린이청소년의회 워크숍을 개최(오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아동의, 아동에 의한, 아동과 함께하는 도시 만들기
이미 유럽에서는 2000년대부터 활발하게 아동친화도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시작이 약간 늦은 셈이다. 하지만 후발주자의 장점은 선두가 겪었던 실패 사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적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타 국가를 벤치마킹하고 우리 정서와 문화에 최적화된 노하우를 만들자. 앞으로는 한국의 아동친화도시가 다른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관건이며 항상 그 중심에는 분명 아동이 존재해야 한다.
자료제공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 도움말 : 성종은(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 3팀 팀장)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8-10-18 13:04:57
수정 2018-10-18 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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