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Infant care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입력 2018-09-04 20:27:43 수정 2018-09-19 15: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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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아닌 '웰컴키즈존'이 필요한 이유➀
올해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한 단어는 아마 '맘충' 과 '노키즈존' 일 것이다. '맘충'이란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인 '맘충'은 제 아이만 싸고도는 일부 몰상식한 엄마를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실상 '맘충'이란 호칭은 육아하는 엄마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많은 여성에게 '자기검열'이란 코르셋을 입히고 상처를 입혔다.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82년생 김지영 中


또한 '노키즈존(No Kids Zone)'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출입 자체를 거부하는 가게들을 일컫는 단어로 "맘충 때문에 노키즈존이 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둘의 상관관계는 깊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퍼지던 노키즈존은 이제는 하나의 사회현상이 돼버렸다.
“밥 먹는 식탁에서 기저귀를 간다”
“대변이 담긴 기저귀를 가게에 두고 간다”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고 운다”


대표적인 '노키즈존'을 만든 사례로 인터넷에 떠도는 일화들이다. 그 이전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오해받는 이 사회에서 과연 '노키즈존'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지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 어쩌면 엄마들과 아이를 위한 편의시설이 구축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닐까? 기저귀를 가는 곳이 없어서 밥 먹는 식탁에서 기저귀를 갈게 되고 주인 몰래 기저귀를 갈게 되고, 수유실이 없어서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가 울게 되는 것. 수유실과 기저귀교환대가 있고 엄마와 아이의 출입을 환영하는 즉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아닌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을 소개한다. 웰컴키즈존인 가게들을 방문해 그들의 의견과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밀숍(Mealshop) 전경

'반찬가게'에 수유실을 만든 계기
'밀숍'은 반찬가게지만 수유실과 기저귀 교환대까지 완비해두었다. 반찬가게에 수유실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꼭 수유실을 만들고 싶었다. 서촌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할 적에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오는 게 싫기도 했다. 하지만 SNS에서 노키즈존에 대한 논의를 보고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자각을 했다. 특히나 반찬가게를 준비하는 도중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니 실제로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수유실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굳건해졌다.

1인용 반찬부터 아이반찬까지 있는 진열대


'아이 엄마'로서 수유실의 필요성
아이를 낳은 지 100일이 지나고 아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정말 불편했다. 백화점이나 마트 외에는 수유시설이 없어서 공중화장실이나 지하주차장에서 수유할 때도 있는데 불편했지만 가장 무서웠던 것은 주위 시선들이었다. 하도 '맘충' 이라고 하니까 자기검열이 강해져서 집 밖으로 돌아다니기도 어려웠다. 수유실의 필요성은 애를 낳기 전에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직접 경험하거나나 주위사람들의 조언보다 사회 공론화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유실'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 주변 반응
처음에는 남편도 반대할 정도로 "누가 쓸까? 필요한 거야? 반찬가게에 수유실?" 이란 의견이많아 잉여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공사 할 때도 수유실을 만드는 게 어렵다고 해 일부러 디자이너에게 압력까지 넣을 정도였다. 수유실을 만든 지금은 SNS에서 나름 이슈도 되고 수유실을 본 손님들이 주변에 소개 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리과정을 모두 볼 수 있는 개방형 주방


수유실의 장점과 단점
굳이 단점이라고 말하면 수납공간의 부족? 하지만 엄마들이 사용 후 알아서 청소도 해 관리도 쉽고 얻는 장점이 더 많다. 수유실 실사용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수유실을 발견한 손님의 얼굴에 화색이 돌 때 그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어딜 가나 소외되는 존재였지만 '이곳만큼은 나를 생각해주는구나'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이런 공간들이 상징적으로라도 퍼지고 존재한다는 걸 알고 엄마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맘충' 본 적?
나 또한 예전에는 '맘충' 이란 단어에 대해서 "욕을 먹을 만 하니까 먹는 게 아닐까?"란 잘못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장사를 하면서 그런 분들은 없었다. 사회에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기 때문인지 무례하게 행동하는 고객도 없다. 수유실 쓰레기통에 기저귀 버리는 것조차 망설일 만큼 깔끔하게 정리하고 간다.

수유실 밖


'노키즈존'에 대해
아이의 출입을 '노(NO)'냐, '예스(YES)'냐고 나누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아이들은 지워진 존재인 것 같다. 아이와 양육자들도 사회구성원인데 그들의 편의를 봐준다는 사회 인식이 없다. 울고 떼쓰는 게 아이의 본성인데 그것을 불편하다고 출입을 무조건 막는다는 건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
요리 공부로 뉴욕, 파리, 도쿄 등을 방문했는데 아이와 임산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당연한 분위기이다. 술집에서조차도 유모차를 끌고 부모들이 맥주를 마시는 걸 민폐라고 생각 안 하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반기는 편안한 분위기인데 한국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는 것 같다. 아이와 엄마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

작은 공간이지만 수유쿠션, 기저귀교환대까지 수유실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있다.

이처럼 가게 운영자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수유실을 만들고 난 뒤 더 많은 장점을 얻었다는 '밀숍'. 특히 '맘충'에 관해 물어봤지만, 기저귀나 아이의 소음으로 다른 피해를 보는 손님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아이와 엄마를 위한 작은 배려로 고객과 주인의 상생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노키즈존'이 아닌 '웰컴키즈존'이 점점 더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밀숍(MEALSHOP)
주소 서울 용산구 백범로 341 용산리첸시아 B동 110호
전화 02-704-1844

송새봄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8-09-04 20:27:43 수정 2018-09-19 15:14:27

#노키즈존 , #맘충 , #수유실 , #기저귀교환대 , #반찬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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