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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의 육아사생활] 넷이서 함께 떠난 푸켓여행②
입력 2018-07-10 13:41:38 수정 2018-07-10 13: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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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맡기고 남편과 한가롭게 마사지를 받은 뒤 리조트로 돌아왔다. 둘이서 떠났던 신혼여행을 되새기며 로맨틱한 분위기가 고조될 즈음 내 귀에 꽂히는 소리가 있었다.

"엄마 보고 싶어. 엄마한테 가고 싶어. 으아앙~"

뿅갹이의 목소리였다. 아리를 외면하고 남편과 둘만의 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든 건 사실이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슬퍼하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아이에게 가보니 영어 사용이 주된 환경이라 온종일 낯설었던 모양이다. 평소에 처음 보는 아이를 집으로 초대할 정도로 외향적인 뿅갹이에게도 적응하기 힘든 일은 있는가 보다.

아이들은 그 날 저녁 식사 후에 있을 쇼의 리허설 중이었는데 우리가 함께하자 뿅갹이는 그제야 신나서 참여하기 시작했다. 습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렸지만, 뿅갹이는 깔깔 웃으며 준비했다. 너무 열심히 준비한 탓일까 저녁 식사중에 기절하듯 잠에 들어 본무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말이다. 다음 날부터 뿅갹이는 키즈클럽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종일 아빠와 수영장과 바다를 오가며 물놀이를 했다.

예상외로 우리에게 효도를 한 건 둘째 샤인이었다. 베이비클럽의 한 남자직원분과 잘 맞는지 그에게는 익숙한듯 매우 잘 안겼다. 샤인이도 습한 날씨에 아기띠에 매달려 형이 물놀이하는 것을 종일 지켜보기보다는 에어컨이 나오는 베이비클럽에서 쾌적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덕분에 추가금액을 지불해야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맡겼다. 푸뜨라 (그 마성의 남자직원분)가 휴무였던 날은 샤인이가 많이 울었다고 한다.

뿅갹이는 아빠와 7시간씩 물놀이를 했고 이틀 만에 둘의 피부는 검게 그을려있었다. 뿅갹이에게 내일은 엄마, 아빠가 배 타고 스노클링을 가고 싶으니 하루만 더 키즈클럽에 가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수영테스트를 받고 나왔을 때 마음 약한 남편이 키즈클럽에 안 가겠다며 얼굴이 잔뜩 부은 뿅갹이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결국 그 날은 스노클링은 포기한 채 다시 리조트에서 종일 물놀이를 했다. 그 다음 날도 결국 나만 스노클링을 다녀왔고 뿅갹이는 아빠 껌딱지가 돼 풀장을 떠다녔다. 가끔 신나게 놀고 있는 키즈클럽 아이들을 마주칠 때면

"엄마, 키즈클럽 지금 뭐 하는지 물어만 봐. 물어만"

자기는 절대 안갈거라 했지만 보물찾기도 하고 요리활동도 하는 즐거운 분위기를 보면 궁금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언젠간 뿅갹이도 신나게 그들 사이에 어울릴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아는 남편과 뿅갹이가 신나게 물놀이를 할 동안 재빨리 마사지를 받고 돌아오곤 했는데 한번은 심상치 않은 사이즈의 초대형 튜브를 남편이 타고 있었다. 설마 저거 돈 주고 산 건 아니겠지 했으나 언제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그 튜브는 지금 우리집 창고에 보관 중이다. 리조트에서 내내 이고지고 다녔던 것은 물론이고.

밤이 되면 더욱 신나는 리조트 분위기에 한껏 들떠 아이들을 재우고 서로 번갈아 나와서 마사지를 받거나 바에서 맥주를 마시곤 했다. 둘이 함께 즐기는 밤이 오려면 아직 몇 년은 더 있어야겠지만 그렇게라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남편은 바에서 밤늦게까지 어른과 아이들이 섞여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진정한 밤 문화라며 감탄했다. 한편 우리 아이들은 하루종일 물놀이하고 밤되면 쓰러지듯 잠드는데 낮에 풀장에서도 봤던 이 아이들의 체력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서커스를 보았던 날 밤에는 우리도 한껏 흥이 올라 아기띠를 한 채로 그들 사이에 섞여 함께 춤췄다. 잊지 못할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더 흘러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 체크아웃을 마치고 간단하게 쇼핑을 한 뒤 마지막 물놀이를 즐겼다. 이제 돌아가면 독박육아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1분, 1분이 소중했다. 샤인이를 매일 봐주던 베이비클럽의 직원들은 그새 너무 정들었다며 샤인이를 두고 가라고 농을 던지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나는 푸뜨라에게 "No, you should go to Korea with us"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농담으로 들었겠지만 나는 진지했다. 푸뜨라는 유독 자기를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있다며 한 달 전에는 프랑스 여자아이가 마지막 날 자기와 헤어지기 싫다며 많이 울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내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반짝이는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아빠와의 추억들이 가득한 뿅갹이는 매일 밤 아빠가 보고 싶다며 한 시간씩 울고 있다. 샤인이 역시 옆에서 잠투정을 해대는 통에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순간들이지만 언젠가는 이 또한 적응할 것이라 믿으며 다음 휴가를 기다리고 있다. 넷이서 함께 차곡차곡 쌓아갈 추억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심효진 육아칼럼니스트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전)넥슨모바일 마케팅팀 근무
(전)EMSM 카피라이터
(현)M1 정진학원 교육컨설턴트
입력 2018-07-10 13:41:38 수정 2018-07-10 13:41:38

#심효진 ,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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