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침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진액으로 옥처럼 귀하다고 해서 ‘옥액(玉液)’이라고 불렸습니다. 침은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침을 함부로 뱉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예로부터 전해지는 가르침입니다.
그렇다면 침에는 얼마나 좋은 성분이 들어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첫째, 침은 소화기능을 돕습니다. 침에 들어 있는 성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이 바로 리파아제나 아밀라아제 같은 소화효소입니다. 음식을 섭취했을 때 침이 충분히 분비되어야 입에서 1차적으로 소화가 잘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만약 침 분비가 적어 소화가 잘 이뤄지지 않은 채 음식물이 위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위장의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위장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경우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가 독소를 생성하고 혈액이 소화를 위해 위장에만 집중되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식사시간을 짧게 가지고 허겁지겁 식사하는 사람들이나 습관적으로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들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식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음식을 오래 씹을수록 침 분비가 원활해지고 소화흡수도 잘 되기 때문에 천천히 꼭꼭 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침은 구강청결에 영향을 줍니다. 침은 살균 작용을 하는 라이소자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입 속의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음식물을 통해 생성될 수 있는 세균이나 박테리아 같은 유해물질은 불쾌한 입냄새를 유발하고 염증이나 구강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침 분비가 줄어들면 입냄새가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침은 면역력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침에 면역 물질인 면역글로불린, 항노화 효과가 있는 파로틴 호르몬 등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성분이 독성물질의 해독을 돕고 혈관이나 뼈의 노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입 속 침이 메마르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입 속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이 부족해지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나이가 들면 침샘의 기능이 떨어지고 침 분비도 줄어들게 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 흡연, 구강청결제의 과도한 사용, 말을 많이 하는 습관, 입으로 숨쉬는 습관 등이 모두 침 분비를 줄이는 원인이 됩니다. 질환에 의해 침 분비가 줄고 입 안이 건조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침 분비가 심한 경우는 건강을 체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입이 자주 마른다면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신맛이 나는 음식을 섭취하면 침 분비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평상시 잇몸을 자주 마사지해주는 것도 침 분비에 효과가 있습니다. 혀 끝으로 위아래 잇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다 보면 침이 원활하게 분비되면서 입 안이 촉촉해집니다. 껌을 씹는 것도 침 분비를 촉진하는데 무설탕 껌을 씹으면 구강 청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김소형 <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