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활동은 단순히 몸 속의 찌꺼기를 내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대다수가 배변할 때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일시적 증상으로 가볍게 여겨 참거나 변비약,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임의로 약을 복용하면 대장의 운동 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만성변비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 운동학회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변비환자의 10명 중 4명은 변비 증상을 겪어도 이를 변비로 자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에 참여한 환자 625명 가운데 62.3%가 6개월 이상 변비 증상을 겪었지만,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이 320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또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33.1%는 민간요법이나 변비약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 15%에 불과했다.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쉬운 변비의 증상과 약물 복용 시 주의사항, 만성변비 예방습관을 알아보자.
◆ 배변량 많아도 배변횟수 불규칙하다면 이완성 변비 의심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변의를 느끼지만 시원하게 변을 보지 못해 불편한 상태만을 변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변량이 많더라도 배변횟수가 주 3회 이하거나 주기가 불규칙하다면 대장의 운동력이 약해져 생기는 '이완성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이완성 변비는 변이 장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부피가 작고 단단한 변이 만들어지지만 흔히 생각하는 변비와 달리 변을 보지 않아도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팽팽해지고 속이 더부룩하며, 아랫배 쪽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지기도 한다. 증상이 소화불량과 비슷해 변비로 의심하지 않고 넘어가기 쉽다.
이러한 증상은 대장이 노화되어 힘이 없는 노인들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다이어트, 스트레스, 임신 등으로 인한 배변장애를 겪는 젊은 층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변비증상이 있어 장 운동을 촉진하는 변비약을 오래 복용한 경우에 자주 나타난다.
◆ 무턱대고 변비약에 의존하면 '게으른 장 증후군' 나타나
변비약은 변의 형상을 부드럽게 하거나 부피를 부풀려 배변을 쉽게 해주므로 항문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배변 중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습관적이고 과도한 변비약 복용은 몸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변비약은 오래 복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내성이 생기지는 않지만 만성화되면 변비약을 끊었을 때 변비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건조하고 딱딱해진 변이 직장에 정체된 상태인 '분변매복' 현상도 만성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변비약을 오래 복용하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변비약 장기 복용 시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비타민 등 다른 영양소들이 미처 흡수되기 전에 신체에서 빠져 나가 몸 속 염분과 영양소들의 정상적인 균형이 깨진다.
◆ 식이섬유 섭취, 배변습관 개선으로 만성변비 예방 가능
대부분의 변비 환자는 대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기능성 변비에 해당되므로 생활습관을 바꾸면 만성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우선 규칙적인 식사와 식이섬유소 섭취를 통해 대장이 주기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침식사를 하면 두뇌활동뿐만 아니라, 위 대장 반사로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식이섬유소는 장에 낀 노폐물을 흡착해 대변과 함께 배출하고 수분을 흡수해 대변의 양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20~30g 정도 충분히 섭취하면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섬유소 섭취가 갑자기 증가하면 가스,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서서히 양을 늘려야 한다.
올바른 배변습관도 중요하다. 배변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장 운동이 증가하는 아침잠에서 깬 후와 아침식사 후이므로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대변이 마려운 느낌이 든다면 참지 말고 바로 화장실에 가고 배변시간은 3분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일 식이요법이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효과가 없다면 다양한 검사를 통해 변비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장 운동시간 검사나 항문내압검사, 항문초음파, 근전도, 배변조영술, 엑스레이, 대장내시경, 복부 단층 촬영(CT) 등을 시행한다. 검사결과에 따라 심한 경우는 바로 수술을 시행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3개월 이상의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 주입치료를 시행한다.
도움말=민상진 <메디힐 병원 원장>
키즈맘 노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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