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외출을 하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없어진 거예요. 아침에 장 보다가 잃어버린 줄 알고 분실신고 까지 했죠. 체념하고 저녁 상 차리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글쎄, 핸드폰이 있는게 아니겠어요?"
이씨와 같은 경험담은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으면서, "내 핸드폰 어디 갔지?"라고 찾는다던가, 집을 잠근 뒤 열쇠를 꽂아놓고 외출한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이를 두고 우리는 건망증이라 한다. 의학 용어로는 기억장애 (memory impairment). 과거의 경험을 생각해 내는 일이 어렵거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어머니들은 말한다. "내가 늙어서 깜빡, 깜빡 한다"고. 뇌는 20대를 고비로 점차 퇴행한다. 특히 폐경 후 우울증이나 불안감에 시달리는 중년 이후의 여성, 과업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도 많은 중년 남성들이 건망증을 주로 겪는다.
20~30대 청년층은 건망증에서 자유로운가. 아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인해 젊은이들 중에서도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망증은 일상생활에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기억해야 하지만, 일시적으로 뇌에 과부하가 생겨 기억하는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일컫는다.
이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회복되는게 특징이다. 정상적인 기억 현상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피로, 스트레스, 빈혈, 당뇨, 심혈관질환, 노화 등이 건망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술과 담배를 즐길수록 더 자주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연구결과도 밝혀졌다. 건망증의 원인은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海馬)에 있는 특정 단백질 부족이 원인이며 이 단백질을 늘려주면 건망증을 고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검 및 쥐 실험을 통한 이 연구에서는 RbAp48 유전자의 감소가 건망증과 연관이 있으며 이 유전자의 조절을 통해 기억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박정범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 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원장은 “건망증은 치매처럼 신경세포의 손실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치매와는 다른 독립적인 증상"이라며 "심하지 않은 경우 생활습관의 개선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조언했다.
흔히 할머니들은 '화투'가 건망증 예방에 좋다고 우스개 소리로 말한다. 이는 이런 놀이를 통해서라도 뇌기능을 지속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단순한 건망증 환자라면, 평소 기억하려는 것과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머리 속에서 연관시켜 연상을 하는 방법을 이용해보자.
[ 키즈맘 김예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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