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휴가다.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이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도시의 건물들도 휴가를 떠나겠다고 난리법석이다.
‘건물들이 휴가를 갔어요’(느림보 펴냄)는 건물들도 우리처럼 탁하고 무더운 도시를 벗어나 멀리 떠나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상상력으로 시작한 책이다.
경복궁은 600살이 넘도록 바다 한 번 못 봤다며 호통을 치고, 63빌딩은 여태 앉아 본 적도 없다며 투덜거린다.
건물들은 처음 떠나는 휴가에 들떠 오리 튜브와 선글라스, 캔 음료를 들고 한껏 기분을 내기도 한다.
건물들이 떠난 도시에는 지평선이 드러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싱그러운 바람은 시들어 있던 공원의 나무들을 싱싱하게 되살리고, 휴가를 떠나지 못해 속상했던 사람들도 어느 덧 기분이 좋아져 축제를 벌인다.
회사도 학원도 휴가를 갔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다음부터 건물들과 번갈아 휴가를 떠나기로 약속한다.
건물들이 휴강서 돌아온 뒤, 도시는 더욱 생기가 넘치게 된다. 건물들이 자연을 가득 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 부분은 옥상마다 나무가 자라고 수도꼭지에서 계곡물이 쏟아지는 새로운 도시를 보여준다.
숲 향기가 가득한 도시에서 물고기 떼와 함께 놀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자연이 선사하는 행복감을 생생하게 전한다.
편리함에 젖어 사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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