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 속에서는 그 어떤 것도 배울 수도, 얻을 수 없다. 단맛에 취해 안주하게 되고, 그것이 당연한 세상인줄 알게 돼 투지를 잃어버린다.
쓰디 쓴 고통 속에서는 어떠한가.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처음에는 피하려고 안간 힘을 쓰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은 그 고통의 원인과 마주 보고, 온갖 지혜를 짜내며 맞서 싸워 나간다. 물론 시행착오도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교훈이고,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사라진 조각(창비 펴냄)'은 상처와 사라진 기억 속에서 아파하고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유라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이 떨어져 나온 조각 같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소녀다.
오빠만 바라보는 엄마 때문에 상처 받지만 이를 감추려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곤 한다.
엄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우등생 오빠 상연은 완벽한 줄 알았던 아버지가 외도를 한 적이 있고, 동생 유라가 그 증거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돼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술에 취한 친구들이 여자 친구인 재희를 집단으로 성폭행하는 것을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처럼 책은 충격적인 사건들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에 주목한다. 상처를 무작정 덮고 잊으려 하는 어른들과 이를 마주하려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유라의 엄마는 유라를 필리핀으로 유학 보내 상연과 떼어놓으려 하고, 성폭행 가해자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그럴 리 없다며 쉬쉬하고 권력을 이용해 사건을 덮으려고만 한다.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때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상연을 통해 극대화 된다.
연필 깎는 칼로 손가락 사이 찍기를 하느라 검붉게 부풀어 오른 상연의 손은 곪아터진 문제를 상징한다.
실수로 손등을 찔러 죽은피가 쏟아져 나오는 순간은 고통스럽지만 독자와 상연 모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청소년 집단 성폭행과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는 청소년 문학에 넣기에는 다소 선정적이고 진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황선미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문제의식이 상투적임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이끈다.
추리소설처럼 흩어진 이야기의 조각들이 퍼즐을 맞추듯 결말에 완성되는 과정은 가슴 아픈 진실과 대면하는 순간 부쩍 자라난 아이들의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스스로에게 충실해지면서 결국 사람이란 별개로 존재하는 '조각'이 아니라 다른 조각들과 함께 전체를 이룬다는 사실을 깨닫는 셈이다.
유라가 오랜 세월 자신을 외면해왔던 엄마의 상처를 이해하고 감싸 안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손은경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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